[톱스타 성공 키워드]윤종신 ‘소시민의 수다!

‘예능 늦둥이’로 만개한 윤종신은 최근 무려 5~6개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학창 시절, 그의 노래는 필자의 소녀적인 감성을 완성시켜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호소력 있는 가사,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윤종신 특유의 미성, 발라드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각기 다른 감정의 옥타브를 자유롭게 변주했던 멜로디까지. 가슴 아린 첫사랑의 정서를 함께 나누었던 그는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큰오빠같이 조근조근 사춘기 소녀들을 위로해주며 진행하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은 90년대 여고생들의 지친 감성을 충전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때 흠모의 대상이었던 그에게 묘한 배신감을 느낀 것은 비단 필자뿐이었을까. 음악성으로 주목받고, 90년대 발라드의 아이콘이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예능 늦둥이’가 되어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고 있다니. 오직 팬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발라드 가수를 잃고, 예능 늦둥이를 얻게 된 심정이야말로 당혹스러웠다.

‘예능 늦둥이’로 활약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종종 그가 나를 울린 가수였다는 사실까지 깜빡한다. 윤종신은 제작진 사이에서 “빈 오디오를 메워준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수다스럽고(?), 또 정성스럽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에 이끌려가지만, 절대로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거나 휘둘리지는 않는 그는 끊임없는 오프멘트의 달인이다. 오프멘트란 방송 녹화 시에, 화면을 보면서 빈 여백 사이사이 해설이나 중계를 하는 식의 절절한 오디오 애드리브를 말한다. 독설이 오고 가는 현장에서 90년대식 올드한 개그 패턴으로 야유를 사기도 하고, 날름 주워 먹는(?) 말개그를 선보여 깐죽 캐릭터를 구축해왔지만 왠지 밉지 않은 사람.

‘음악’에서 더욱 성장한 모습 보여주길
그가 지금보다 덜 유명한 발라드 가수 시절, 함께 ‘싱글파티’라는 코너를 했던 김모 작가는 “종신오빠야말로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정직하고 소탈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제작진과 다른 출연진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 가장 먼저 나서서 다독여주는 해결사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고. 녹화 후 포장마차에서 곱창에 소주 한잔을 즐기며 사람들을 안아주는 모습이 평소 친한 선배처럼 느껴졌다는데. 현재 함께 방송하는 스태프들은 그를 두고 “방송 정글에서도 절대로 훼손될 것 같지 않은 소탈한 인간성”을 높이 평가했다.

어쩌다 방송에서 ‘깐죽’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지만, 윤종신은 남자들과 수다를 떨어도 밤을 샐 수 있겠구나라는 개념을 알려준 사람이다. 높은 곳에서 시청자를 내려다보는 교만함이 없으며, 그렇다고 낮은 곳에서 비굴하게 칭얼대지 않는 평범하고 소탈한 소시민의 수다! “맞아맞아” 하며 차근차근 적당한 맞장구로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말솜씨에 자주 감탄하지만, 때로는 강렬한 독설 사이에서 방관하는 모습이 서운할 때도 있다.

톱스타 성공 키워드

다가올 날들에는 그가 존재할 수 있었던 본연의 자리, ‘음악’에서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정직하고 소탈한 아저씨’스러운 본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길 바란다.

<남미영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