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명박도 전설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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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부터 누리꾼 사이에서는 명박도 패러디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이명박 정부 각료들을 등장시킨 영화패러디 포스터. | 이슈툰 http://blog.naver.com/rla8283

한 섬이 있다. 이 섬에는 높이 솟은 두 개의 봉우리가 있다. 이름 하여 ‘줄파산’과 ‘줄도산’. 이 봉우리에선 각각 마르지 않는 식수가 나오는데 그 이름은 ‘어청수’와 ‘한승수’다. 사람들은 ‘어청수’는 잘 알지만 ‘한승수’는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어청수’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발원지 주변에는 음식점과 술집도 많다. 여름에 워낙 시원해 많은 사람이 찾는 대폿집의 이름은 ‘물대포’다.

이 섬의 이름은? 명박도다.
한 누리꾼이 만든 생태지리보고서 형식의 글이다. 이 글은 1월 말부터 블로그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식수(食水) 이야기는 계속된다. 한편 명박도에는 ‘강만수’라는 물도 있는데, 워낙 수질이 나빠 사람들이 도저히 먹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이 물을 마셔도 문제가 없다며 이 물에서 산다는 물고기를 증거로 들이민다. 이 물고기로 만든 회의 이름은 ‘소망교회’.

이 섬엔 ‘유인촌’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명마(名馬)의 산지로 유명한데, 그 말의 이름은 ‘찍지마’다. 이 말은 ‘씨…’라고 외쳐야 성질이 뻗쳐서 달리는 특성이 있다.

최근 고고학자들은 이 섬에 금속도구를 만들기 전에 돌 도구를 만들어 쓰던 ‘김석기’라는 시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이 섬의 야트막한 산인 ‘용산’에서 ‘김석기’시대의 여러 도구를 발견했는데, 특히 대형 컨테이너는 ‘김석기’시대의 생활상을 연구하기 위해 고고학으로 유명한 대학인 ‘경찰특공대’에서 연구하고 있다.

누리꾼에 의해 ‘명박도 전설’은 더 진화하고 있다. 명박도 앞바다 이름은 ‘오해’다. 명박도에 가려면 조금 이상한 모양의 배를 타야 하는데, 그 배 이름은 ‘진성호’다. ‘나경원’이라는 돈이 있는데 아무런 가치가 없어 푸세식 화장실에서 화장지 대신 쓰인다.

오랫동안 온라인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보고서는 PC통신 시절 유명했던 ‘X도’ 시리즈의 형식을 패러디한 것이다. 누리꾼에 의해 그 내용이 진화하고 있는 것도 판박이다. 누리꾼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글을 퍼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한 누리꾼은 “글을 보고 있다 뿜었다. 이걸 만든 사람 정말 천재다”라고 덧붙였다. 이 패러디는 닉네임 ‘MP4/13’이 1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으로 올렸다. 그는 ‘고소영S라인’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유명 블로거다. 지난여름엔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와 함께 <블로거, 명박을 쏘다>(별난책)라는 시사평론집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종의 말장난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패러디가 공감대를 얻는 현실이 더 암울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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