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한국 창작 뮤지컬의 쾌거

뮤지컬 <마이 스캐어리 걸>의 주인공 방진의(왼쪽).

낭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 참가한 창작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이 아웃스탠딩 뉴 뮤지컬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또 4차원 살인녀로 열연했던 여배우 방진의는 개인상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변방으로만 여겨졌던 아시아의 창작 뮤지컬이 일궈낸 놀랄만한 성과다.

우리나라에 뮤지컬 산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물론 최초의 창작 뮤지컬인 <살짜기 옵소예>가 초연된 것이 40여 년 전이고 <명성황후> 같은 국민 뮤지컬이 오랜 세월 인기를 누려왔지만 사실 ‘규모의 경제’의 가능성을 선보인 것은 2001년에 막을 올린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이후부터이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 흥행 이후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맘마 미아!> 등 대형 뮤지컬이 속속 등장했고, 요즘의 유행이 등장하게 됐다. 다수의 참가자에서 소수의 승자를 찾는 게임의 법칙은 다른 문화산업들과 마찬가지지만 무대가 배고픈 예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시킨 것은 엄청난 인식의 전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마이 스캐어리 걸> 뉴욕 공연 포스터

문제는 라이선스 뮤지컬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점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다른 사람이 벌어가는 시장구조로는 한국 뮤지컬이 산업으로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다.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나면 ‘손해만 보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남의 이야기만으로는 속 시원하게 우리 생각과 감성을 담아내기가 어렵게 마련이다. 영화가 그랬고 대중음악도 그랬듯이 결국 창작 뮤지컬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한국의 뮤지컬은 산업적 가치를 지닌 장르로 완결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마이 스캐어리 걸>의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식 단계별 검증을 거쳐 콘텐츠를 성숙시키는 제작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에 참여해 창작 뮤지컬 상을 받으며 성장 가능성을 점검받았고, 다시 서울 공연을 거쳐 뮤지컬의 본토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착실한 수순을 밟아 나갔다. 그래서 이번 쾌거는 단지 작품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고 육성한 모든 시스템과 과정에도 찬사를 보낼 만한 성과인 셈이다.

시사와 문화

창작물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노력과 정책을 개발하고 운용한다. 몇몇 천재가 등장해 시장을 주도해 가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문화가 산업이라 불리며 하나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보호와 육성, 조건과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좋은 창작물은 ‘우연스런 등장’이 아닌 ‘필연의 산물’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첫 열매가 이렇듯 달콤하니 앞으로도 좋은 과실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모든 관계자에게 마음을 담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