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문화]용산 참사와 <증오>

지난해 12월 30일 용산참사 협상이 345일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마찰이 있었지만 2009년 1월 20일 서울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 설치된 용산재개발 지역 철거민들의 농성장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면서 일어난 이번 참사는 한국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불에 타 숨진 이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여론에 휘말려 지난 1년 동안 한국사회 갈등의 한 원인이 됐다.

더욱이 사태의 책임이 철거민들의 과실 때문이라는 검찰의 발표는 많은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까지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100회 이상 열렸다. 법원의 공개 명령에도 불구하고 무전 내용 등 결정적 증거들을 담은 3000쪽짜리 수사 기록을 검찰이 공개하지 않아 변호인단이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법원에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 외곽으로 유입되는 빈곤 계층은 여러가지 도시 불안 요소를 갖게 된다. 무허가 건물은 도시 팽창에 따른 재개발 계획에 부딪히고 빈곤 계층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주류 세력에 불만을 갖는 사회적 소외집단이 된다. 용산참사 역시 법과 행정적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가 국민들과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일을 추진하다가 발생했다.

20대의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에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안겨준 <증오>는 프랑스 파리 교외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불법시위로 경찰과 팽팽하게 대치 중인 빈곤계층 청년들은 동료 청년 한 명이 경찰에 구타 당해 숨졌다는 발표가 나오자 극도로 흥분한다. 친구 사이인 청년 세 명의 하루를 담은 <증오>는 흑인인 위베르 쿤데, 아랍인 사이드 타그흐마우리, 유대인 빈센트 카셀이 가슴속의 폭발하는 증오로 경찰과 대치 중에 총을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경찰로 대표되는 기성체제의 수호자, 법과 질서를 외치는 위선적 세계가 세 청년들에게는 증오의 대상이 된다. 영화의 오프닝 신은 우주에서 바라본 푸른 지구에 화염병이 날아들면서 거대한 불꽃으로 폭발한다. 이 장면만 컬러로 되어 있고 영화는 전부 흑백으로 촬영돼 있다. 영화의 마지막, 한 발의 총성이 울릴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단순히 경찰과 빈곤계층 청년들 간의 대치만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현재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카소비츠 감독은 인간 존재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그 속에서 던진다.

시사와 문화

용산참사가 합의는 됐지만 갈라진 우리 사회의 민심을 치유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돈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일시적으로 상처를 위로하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따뜻한 정치를 우리 모두는 그리워한다.

하재봉<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