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마성의 알렉스’, 클래지콰이의 입장은?

1월 하순, 클래지콰이의 노래‘시 이즈(She is)’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면서 인터넷에 배포된 사진.

인터넷에선 원래의 맥락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는 텍스트가 있다. 언젠가 리뷰한 ‘미트스핀’에 사용된 ‘유 스핀 미 라운드(You Spin Me Round-Like A Record)’와 같은 노래가 단적이다. 록그룹 데드오어얼라이브의 원래 노랫말을 보자. 이름이나 전화번호는 모르지만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여인의 주위를 레코드판처럼 빙빙 돌 수밖에 없다는 짝사랑남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았다. 그런데 이게 ‘미트스핀’ 동영상과 결합되면서 ‘빙빙 도는 게’ 은유가 아니라 직설묘사가 됐다. 더 이상 전개하면 ‘19금’이 되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자.

오늘 살펴볼 이 노래가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노래는 다양한 사진과 동영상의 배경음악(BGM)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작으론 <선덕여왕> <솔약국집 딸> 등의 한 장면을 따다 만든 패러디가 있다. 우선 노랫말을 보자. “숨겨왔던 나의/수줍은 마음을/모두 네게 줄게 예~예~(후략)” 클래지콰이의 ‘시 이즈(She is)’란 노래다. 몇 년 전 MBC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OST에 처음 발표됐다. 원래 노랫말은 마음을 닫아 온 남성이 한 여성의 사랑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누리꾼 패러디의 맥락은 다르다. 주로 ‘동성 간의 (사랑) 고백’이라는 코드다. 소녀시대의 서현과 그룹 F(X)의 설리가 서로 챙겨 주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의 BGM 역시 이 노래다. 동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서현아, 너 남자한테 관심 없다고 한 이유가 그거였니?”

물론 이 패러디에서 두 사람의 사이가 실제로 애틋한(?) 관계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게 유머 포인트다. 극 진행상 ‘긴장’이 흐르는 장면도 원래의 대사를 지우고 “숨겨왔던 나의~”를 BGM으로 사용하면 전혀 다른 맥락이 되기 때문이다. 누리꾼은 이 BGM에 ‘마성의 알렉스’ 또는 ‘귀신 같은 알렉스’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알렉스는 클래지콰이의 멤버이고, 해당 대목을 불렀다. 작명 이유에 대한 한 누리꾼의 설명을 들어 보자. “아무리 평범한 형제 사이의… 혹은 연적 사이의 관계도 ‘숨겨왔던~ 나의~’ 하면서 알렉스 목소리만 흘러나오면 진짜 귀신같이 뭔가… 그… 흑심 있는 눈빛들로 변하면서ㅋㅋ 짐승으로 변해요….(후략)” 결국 ‘마성의 알렉스’는 한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에도 소재로 채택됐다. 직설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1월 하순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배포된 한 축구선수의 사진이 그렇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들 몰래 꽁꽁 감추고 싶었을 비밀이 드러났다.(사진) 사진의 BGM 역시 “숨겨왔던~나의~”다.

아무튼 클래지콰이 측 반응은 어떨까. 클래지콰이의 소속사인 플럭서스뮤직의 김숙경 팀장은 “노래 자체가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아왔는데, 누리꾼이 <선덕여왕> 등 에피소드를 패러디하고 노래를 사용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면서 “클래지콰이 멤버인 알렉스나 호란도 인터넷을 통해 그 패러디들을 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전했다. 자주 동성애 코드로 인용되는 것에 대해 살짝 불쾌해 할 듯도 한데. 김 팀장은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오히려 이런 명곡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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