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회피연아’ 동영상의 진실은?

누리꾼의 화제를 모은 ‘회피연아’ 동영상 캡쳐.

“그런 가십도 취재 거리가 됩니까.” 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의 말이다. 당연, 이 코너에선 취재 대상이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가십’이란 지난 3월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인촌 장관과 김연아 선수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말한다. 이 관계자는 꽤 긴 시간 동안 ‘사견’임을 강조하며 그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그러나 대화 말미에 그는 자신은 인용하지 말아 달라면서 대변인실을 통해 다시 들을 것을 요구했다.

발단은 누군가 KBS의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장면을 캡처해 만든 GIF 동영상이다. 캡처된 내용만 보면 유 장관은 김연아에게 꽃다발을 안기려고 하면서 동시에 ‘포옹을 시도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김연아는 몸을 살짝 빼면서 포옹을 피한다.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유 장관이 포옹만 시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양촌리 입은 왜 내미냐”(닉네임 자진납부. 양촌리는 유 장관이 지난날 출연한 <전원일기>의 무대에서 가져온 별명인 듯하다) “이마에다 뽀뽀라도 하는 추태를 보여서 노이즈 마케팅 하려고 한 듯한데….ㅉㅉ”(닉네임 강가딘) 아닌게 아니라 동영상을 보면 유 장관의 입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 현장에 있던 누리꾼이 또 다른 사진을 올리면서 전후 맥락의 정황은 더 자세히 정리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닉네임 멘큐씨가 올린 사진에 따르면 그 직후 유 장관은 김연아 대신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포옹’한다. 그런데 김연아의 얼굴이 묘하게 찡그려진다. 연속해서 유 장관과 오서 코치의 포옹이 끝나자 오서 코치와 김연아는 의미 있는 눈빛을 교환한다. 사진의 맥락만 봐서는 “조금 난데없고 싫더라도 (오서 코치가) 장관님의 오버를 이해해 주세요” 정도의 표정으로 읽힌다.

앞의 캡처 동영상은 ‘회피연아’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유포됐다. 멘큐씨가 찍은 사진도 말풍선까지 달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리꾼은 “회피 기술도 여왕급”이라며 김연아를 칭찬(?)하고 있다.

3월 4일, 민주당도 가세했다. 송두영 부대변인은 ‘국민영웅 김연아 선수를 짜증나게 한 유인촌 장관’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송 부대변인은 “자신의 기쁨에 도취해 김연아 선수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당혹케 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면서 “최소한 공인의 신분을 유지할 때까지는 정제된 언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피연아’를 두고 사태가 확산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면 부인 전략’으로 방침을 굳힌 것 같다. 3월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심장섭 대변인은 “SBS 영상을 보면 유 장관은 포옹하려는 자세가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심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유 장관이 김연아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 주면서 김연아의 고개가 숙여졌는데, 김연아가 고개를 들면서 자연스럽게 물러난 것일 뿐이라는 것. 심 대변인은 이어 캡처 동영상도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언더그라운드 넷

그렇다 치고 입술은 왜? 그는 “‘축하한다’고 말을 하면 입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더 따지고 들어가면 “찍지 마, 성질 뻗혀서…” 때와 비슷하게 될 것 같아 여기서 이만. 어쨌든 3월 4일 오전에 유 장관도 ‘회피연아’ 인터넷 동향에 대해 보고를 받은 모양이다. 반응이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심 대변인은 “유 장관은 그냥 웃기만 했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