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2024년 통일한국이 미국을 침공한다?

미국 THQ사가 내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인 게임 홈프론트.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될까. 한 동영상이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다.

이 동영상은 “천안함은 북한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에 침몰한 것”이라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장관의 실제 기자회견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어지는 자막.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은 계속 강화돼 보유 미사일이 1000기를 넘어섰다. 유엔은 제재를 시도하지만 2012년 김정일의 급사로 상황은 반전된다. 새 지도자로 추대된 ‘김정운’은 유엔에서 일장연설을 한다. “우리 공화국의 통일은 ‘남한’과의 한민족으로서 통일을 이룰 것이며… 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리고 통일. 김정운 주도로 통일한 ‘대한연방(Greater Korean Federation)’은 2018년 일본까지 합병한다. 한편 유가 급등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2024년 ‘대한연방’은 통신위성에서 레이저를 발사, 미국 전역의 통신을 마비시키고 침공한다. 진주만을 넘어 샌프란시스코까지 점령한다.(홑따옴표를 친 부분은 오류다. 김정일의 아들은 김정운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북에서는 ‘남한’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 동영상은 내년 2월에 발매될 FPS(1인칭 슈팅) 게임 ‘홈프론트’의 배경 스토리 영상이다. 카오스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배급은 THQ사에서 맡는다. ‘홈프론트’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투 배경은 ‘미국’이다. 대한연방 점령군에 맞서 미국 시민들이 ‘자유’를 찾기 위해 자국 내에서 게릴라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글쎄 현실성이 있을까.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이 비꼬았다. “투명잠수함, 스텔스 버블젯 어뢰에 막강 1번 매직으로 무장하면….”

이 동영상은 지난 6월 15일 미국에서 열린 게임박람회를 통해 공개됐다. 또 다른 누리꾼의 의견이다. “그런데 이 게임 국내에서 발매될 수 있긴 한가요? 이거 플레이하면 대번에 코렁탕 먹을 것 같음.” 코렁탕은 ‘유치장에 갇혀 배달된 사식을 먹는다’는 뜻의 누리꾼 은어다. 통일이 되는 거야 좋다. 그러나 북한 주도로 통일이 된다는 스토리가 과연 한국의 실정법을 넘어설 수 있을까? 게임등급위원회에 문의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게임이 화제가 됐다. 게임등급위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업계 전문 기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의견을 먼저 들었다고 한다. “각양각색이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발매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 관계자는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이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독일에서는 지금도 나치가 등장하는 게임 발매가 허락되지 않는데 이런 외국 사례도 참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홈프론트가 발표된 게임박람회 사진을 보면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게 있다. 시연장 표지판을 보면 ‘Now Entering Detention Center’라는 안내문이 있다. ‘이제 들어가, 제지야영지’라고 번역해 놓았다. 한글 분위기를 냈지만 번역기를 돌렸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언더그라운드 넷

게임 관련으로 누리꾼에게 유명한 영상 가운데 ‘장비를 정지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게임 하프라이프의 한글판 더빙 영상으로, 상황과 묘하게 매치되지 않은 한글 대사가 남발되면서 누리꾼의 조롱을 받았다. 아직 개발 중이니 이런 선례도 참고하길 바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