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남아공 월드컵이 인터넷에 남긴 것

박민규 기자

월드컵이 끝났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공식 기록은 ‘한국대표팀 첫 원정 16강 진출’일 것이다. 역시 월드컵 공식 결산은 스포츠 기사에 맡기자. 여기서는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사건을 정리해 본다. 우선 전 세계 누리꾼의 이목을 집중시킨 ‘휴대폰녀’. 파라과이의 란제리 모델이자 배우인 라리사 리켈메(25)는 자신의 가슴골에 휴대전화를 넣고 자국 팀을 응원해 관심을 끌었다. 그녀의 사진을 본 누리꾼은 “내가 저 휴대폰이라면…”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물론 이 누리꾼은 남성인 것으로 추정된다. 리켈메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은 것은 “파라과이가 스페인을 이기면 ‘누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밤잠을 설친 누리꾼들의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파라과이는 스페인에 졌다. 실망도 잠시. 리켈메는 다시 “스페인이 독일을 이기면 누드사진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고, 결국 스페인이 이겼다.

7월 8일 리켈메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드사진 3장을 공개했다. 리켈메의 페이스북 계정은 한때 마비됐다. 누리꾼들이 올린 ‘감상평’을 보면 간혹 한글로 된 글이 섞여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도 슈퍼모델 중 누구 하나가 저런 공약을 했으면 8강에 갔을지도…”라고 아쉬워 했다.

한국대표팀 차두리가 아버지 차범근 SBS 축구해설위원의 조종을 받는 ‘아바타’가 아니냐는 이른바 ‘로봇두리’ 음모설은 결국 전설로 남을 것 같다. 차범근 위원은 7월 7일 축구 선수들의 유니폼 교환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지나가는 말로 ‘차두리의 기행(?)’을 공개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주차장에 가면 람보르기니 자동차가 한 대 서 있는데 차두리가 차를 세우고 나가면서 꼭 람보르기니에 경례를 한다는 것. 이게 로봇설과 무슨 관련이 있냐 하겠지만 한 누리꾼이 올린 댓글로 심증은 굳혀졌다. “람보르기니=옵티머스 프라임. 대장한테 경례는 당연하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약간만 설명하면 옵티머스 프라임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변신로봇으로, 람보르기니 자동차로 변신한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남아공 월드컵의 가장 큰 악몽은 부부젤라다. 각종 사진과 동영상에 부부젤라 ‘소음’을 결합한 게시판 테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수 아이유의 노래 ‘Boo!’는 대표적인 부부젤라 합성곡이 됐다. 누리꾼은 ‘아이유 부부젤라’라는 이름으로 합성 동영상을 돌려 보고 있다. 7월 6일 한 장의 사진이 누리꾼의 심기를 건드렸다. 제목은 ‘부부젤라를 부는 대통령’.

포털 사이트 다음의 ‘남아공뉴스’ 섹션에 오른 해당 사진에 누리꾼은 50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 사실 월드컵 초반부터 ‘부부젤라와 이 대통령의 공통점’이라는 글이 나돌았다. 공통점 리스트는 20여개다. 직접 언급하기는 뭐하고 검색해 보시라. 검색어는 ‘부부젤라와 MB의 공통점’ 또는 ‘MB젤라’다. 앞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원색적인 내용이 많아 여기에 옮기기엔 조금 민망하다. 그래도 누리꾼으로부터 공감을 받은 댓글이 있어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왠지 ‘내가 부부젤라 불어봐서 아는데~’라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언더그라운드 넷

참고로 일부 언론은 이 사진의 제목을 “李대통령, 부부젤라 ‘뿌~’” 식으로 뽑았지만 기록영상을 보면 실제로 ‘뿌~’소리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