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중국발 신종범죄 수법?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당신에게 접근해 마른 해산물을 추천하며 판매하려 하면서 한번 맛보라든지 냄새 한번 맡아 보라 한다면…반드시 주의하셔야 합니다.” 7월 15일 A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종범죄라고 합니다. 꼭 읽고 예방합시다. 무서운 세상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 왔다.

글의 내용은 어떤 정체불명의 사람이 거리에서 접근해 해산물을 판다며 냄새를 맡게 하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정신을 잃게 되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해산물 판매를 가장해 사람을 혼절시킨 다음 돈이나 물품을 뺐는 ‘신종범죄 수법’이 유행하니 조심하라는 글이다. 글에 따르면 중국 광둥, 허베이, 톈진, 우한 등지에서 유행하고 제주도와 경기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수법이다. 해산물의 냄새를 맡은 뒤 정신을 잃는 이유는 ‘에틸에테르바토’라는 마취제의 일종이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글의 주장이다. 글을 읽은 한 누리꾼은 “아무 일 없이 지금까지 살아 온 것이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갈수록 세상을 살기가 무서워진다”고 댓글을 남겼다.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해당 게시물이 널리 퍼진 것은 올해 5월 중순. 그 후에도 상당히 많은 커뮤니티와 카페에 거의 같은 내용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려지고 있다.

경찰청에 문의해 봤다. 실제 이런 사건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거리에서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질 낮은 해산물을 비싼 가격에 강매하는 사건은 과거에 있지 않았는가. 경찰청 홍보실에서는 거리 강매는 아무래도 생활안전과에서 다룰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난색을 표시했다.

전국적으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건수와 같은 통계가 있냐는 질문에 “실제 단순 강매가 아니라 물품 피해나 납치 등 사건이라면 강력사건으로 분류된다”면서 “이 경우도 구체적으로 범행에 사용된 도구가 뭐냐에 따른 통계는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일부 누리꾼은 이 ‘신종범죄’ 게시물에 등장하는 ‘에틸에테르바토’라는 물질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저런 이름으로 알려진 마취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 유포된 게시물 가운데 일부는 이런 지적에 따라 ‘에틸에테르’라는 이름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마취제나 마약류의 수입 허가와 취급 승인 등을 총괄하는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다. 우기봉 식약청 마약류관리과 과장은 “식약청에서 취급하거나 관리하는 마취제에는 이런 이름의 약물이 없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황재현 울산대 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이름에 에테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이더(ether)’와 관련된 혼합물인 듯 여겨지지만 이야기만으로는 실제 존재하는 물질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무리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라도 맡자 마자 혼절시키는 마취제는 없다는 것이 황 교수의 전언이다. 황 교수에 따르면 지난 1970~1980년대에 작은 병원에서 ‘이더’를 마취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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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는 “흔히 범죄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손수건에 마취제를 묻혀 코를 막아 혼절시키는 장면’은 영화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차가 있지만 실제 흡입마취제를 사용해 마취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5분 걸린다는 것이다. ‘에틸에테르바토’ 이야기를 듣고 가슴 졸인 이가 있다면 안심해도 될 듯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