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6300원 짜리 황제의 식사, 진짜 대안은

최저생계비 쪽방체험을 하고 있는 차명진 의원. |차명진 의원 홈페이지

“전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쌀은 800원어치 한 컵만 샀습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올렸던 최저생계비 하루체험 ‘수기’ 내용이다. 차 의원이 보기에 ‘선배’ 경험자들의 씀씀이는 그리 경제적이 아니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반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의 기획상품을 살 수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할인마트에서다. 차 의원에 따르면 근처 구멍가게는 참치 캔을 두 배 이상 비싸게 팔았다. 쌀국수 1봉지, 미트볼 1봉지, 참치 캔 1개를 각 970원에 구입해 도합 3710원으로 부식을 마련했다. 그리고 자평.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지요.”

그런데 ‘체험수기’를 읽은 누리꾼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자, 이제 저렇게 1년간 생활해 보시죠? 1년 간 아침엔 밥과 참치 캔, 점심엔 미트볼과 밥, 저녁엔 쌀국수 먹으면 참 살 만하겠습니다.” 어쨌든 차 의원의 ‘다른 접근’은 다음과 같은 자문자답으로 이어진다. “나는 왜 단돈 6300원으로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차 의원이 스스로 내린 결론은 ‘물가에 대한 좋은 정보와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차 의원은 ‘지금의 최저생계비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다른 체험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주장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차 의원의 ‘이색주장’은 그의 이름을 포털 실시간검색어로 올렸다. 홈페이지는 다운되었다. 누리꾼 비난글 쇄도 때문이다. 7월 30일 현재, 차 의원의 홈페이지 참여마당의 게시판들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차 의원은 공지사항으로 ‘상처받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며 새로 쓴 체험수기로 대체했다.

어쨌든, 나중에 제시된 것을 보면 처음에 물의를 빚은 수기는 일종의 요약본이었던 셈인데, 어떻게 이런 내용의 수기가 나오게 된 걸까. 차 의원실로 연락해봤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수기는 차 의원이 쪽방에서 직접 손으로 쓴 것을 나중에 타이핑해서 올린 것이다. 파장을 빚은 처음의 수기는 “본인이 직접 내용을 추려내 쓴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단어 선택에서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기 때문에 공지사항에 올린 것과 같이 사과를 했다”면서도 “‘황제의 식사’라는 것도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기대했던 것보다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 만족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저나 애초 프로그램을 기획한 측의 생각은? 이 행사의 정식 명칭은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캠페인’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주최한 행사다. 참여연대 측은 “참가자들이 꼭 우리의 취지에 맞는 말씀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공식 논평을 내놓진 않았다. 어쨌든 참여연대에 의하면 지금의 최저생계비 결정방식은 문제가 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지금 방식으로는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서, 또 예산 등의 문제로 최저생계비가 매번 변경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더그라운드 넷

참여연대에 따르면 1999년 처음 개념이 만들어질 때 중위 소득층의 45% 정도 수준이었던 최저생계비는 현재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단체는 8월 초 기자회견을 갖고 체험행사에서 얻은 결론과 대안을 밝힐 계획이다. 확답할 수는 없지만 차 의원의 접근법과는 다른 내용이 될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