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러신 편이었는데, 인사를 그렇게 하다 보니 화제가 된 것 같다.” 은평을구 한나라당 지역협의회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니까 원래부터 인사성이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 90도로 고개를 숙이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이재오의 인사법’을 먼저 주목한 것은 사진기자들이었다. 시작은 7월 13일이다.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에게도 마찬가지.
누리꾼은 정두언 의원·이재오 특임장관의 90도 ‘맞절’에서 한 인터넷 만화를 떠올렸다. |연합뉴스
특임장관에 내정되면서 그의 ‘90도 인사’는 빛을 발했다. 8월 23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그는 김무성 국회 운영위원장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8월 30일, 청와대 임명장 수여 자리에서그의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8월 31일에는 두 가지 사건으로 인터넷을 탄다. 하나는 지하철 출근.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지하철 자리에 앉은 특임장관’. 한 자리 건너 중년 아저씨의 떨떠름한 표정/먼산 바라보기 연속사진이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다. 이날 이 특임장관은 민주당 연찬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 하우스를 방문하는데, 박지원 비대위 대표에게 역시 깊게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사진으로 남았다. 9월에 들어 ‘머리 조아리기 광폭 행보’는 탄력을 받았다. 1일 오전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상대로 90도 인사 사진을 찍었고, 오후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의원을 만나 훤히 머릿속이 들여다보이는 정수리를 노출했다. 이튿날에는 이희호 여사,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 그리고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새 인사법을 선보였다.
급기야 9월 첫 주 주말판 언론들은 ‘90도 인사의 정치학’이니 “청와대 모 수석이 ‘문제있지 않냐’고 했더니 대통령이 ‘그러냐’고 웃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지면에 올렸다.
지면은 지면이고 여기서 다루는 건 인터넷이다. ‘이재오 인사법’사진 시리즈 중 누리꾼의 ‘필’이 꽂힌 사진은 8월 2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의 90도 맞절 사진이다.
사진을 보고 누리꾼이 이심전심으로 생각해낸 한 만화가 있다. 바로 ‘본격 미안해지는 만화’라는 제목의 만화다. 언젠가 설명하기가 복잡해 그냥 ‘인터넷 검색을 해보라’ 하고 넘어갔던 ‘우왕ㅋ굳ㅋ’의 기원이 바로 이 만화다. 만화 내용은 이렇다. 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욕설을 섞어 놀린다. 그러자 다른 캐릭터가 대답한다. ‘헐…나 삐져뜸ㅋ(허허, 나 삐졌음)’ 앞의 캐릭터가 ‘미안’이라고 말하자 다른 캐릭터가 ‘내가 더 미안’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이들은 미안 인사 경쟁을 한다. ‘고개 숙이기 경쟁에 질 수 없다’는 이들의 대결은 결국 머리가 땅 속을 파고 드는 것으로 결론난다. 이것을 지켜보던 다른 인사가 하는 말이 바로 ‘우왕ㅋ굳ㅋ’이다. 사실 이 만화에서 거창한 교훈이나 내용을 찾긴 어렵다. 그냥 웃긴 것이다. 언젠가도 이 코너에서 언급한 ‘병맛 만화’의 원조다. 누리꾼은 이 장관과 정 의원에게 ‘이우왕ㅋ 장관/정 굳ㅋ 의원’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장관의 생각은? 이 장관의 공개된 이메일로 질문했다. 하지만 48시간이 지나도 답변이 없었다. 오늘도 인사하러 다니시느라 바쁘신 듯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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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