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이명박 대통령의 트위터 역습

“이제 일어나야 될 시간입니다. 여러분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차편으로 가시는 분들 운전 천천히 하셔서 안전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추석 잘 쇠시고 또 만납시다. 안녕~~~~~~~~~”

청와대 뉴미디어홍보비서관실에서 트위터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 twitpic/Allet2H

또다시 ‘그분’이 돌아왔다. 저번에 나타난 것이 지난 8월 13일이니 40여일 만이다. 9월 20일 오후 2시 무렵이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마무리는 안녕~~~~이다. 그분? 이명박 대통령이다. 나타난 곳은 트위터다.

8월 13일, ‘그분’께서 기습적으로 나타났다 떠난 자리에서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선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주된 논란은 “직접 한 게 맞냐”는 것이다. 이대통령의 ‘말씀’을 적당히 ‘마사지’해 누가 대신 타이핑해줬다면 그게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를 올렸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 받은 논평은 이것이었다. “저거 한 번 하고 ‘내가 트위터 써봐서 아는데~’ 하는 게 아닐지?”

지난 번보다 이번의 ‘등장’은 좀 더 길었다. ‘대필논란’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블로그 ‘푸른 팔작지붕아래’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직접 키보드를 들여다보면서 타이핑을 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찍혀 있다. 그리고 이런 글도 남겼다. “제가 독수리라 좀 느립니다. 답변이 짧아 미안합니다.”

‘마사지’가 의심이 되는 답글도 있다. “추석명절에 여사님(김윤옥 여사) 일 많이 시키지 마세요”라는 한 트위터 사용자의 당부 말에 대한 답글이다. “내일 아침마당 보시면 알게 됩니다.ㅋㅋㅋ” ‘ㅋㅋㅋ’는 젊은층이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인데….

김철균 뉴미디어홍보비서관에게 물었다. “직접 친 거 맞다. ‘하하하’라는 의미로 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글을 직접 친 것은 아니다. 김 비서관에 따르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긴 문장은 비서관실 쪽에서 대신 쳐준 것이다.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안녕~~~~~~으로 마무리했는데, 이건 어떻게 ‘지시’한 걸까. “올린 동영상을 보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끝부분을 녕녕녕… 식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궁금한 게 있다. 스스로 ‘컴도저’, 즉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라는 별명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컴맹’ 의혹은 집권 초기부터 따라다녔다. 김 비서관은 이 의혹도 부인했다. “서울시장하고 미국에 1년 체류할 때 코스워크에 등록해 공부했다. 1년짜리 과정이었던 모양인데, 그때 컴퓨터를 켜고 페이퍼워킹을 직접 했다. 아마 그때 대통령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문득 떠오른 생각. 이명박 대통령은 왜 청와대 트위터(@BluehouseKorea)에 참여하는 식으로 하는 걸까. ‘이명박’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운영하면 안되나. leemyongbak, Presidentlee, 쓰키야마 아키히로(月山明博)라고 주장하는 이가 운영하는 rokpresident 등의 계정이 다 선점당했기 때문에?(838호 언더그라운드.넷 기사 참조) 김 비서관에 따르면 ‘이명박 트위터’가 운영될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 매사를 삐딱하게 보진 말자. 기왕이면 국무회의 같은 데서 이런 말을 하면 좋겠다. “내가 (트위터를) 써봐서 아는데, 거 선관위나 정보기관이 트위터 규제하는 거, 그거 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조금 무리한 바람일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