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슈퍼스타K 음모론

“방송 쪽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장재인·김지수·존박의 경우 사전에 엠넷 쪽에서 먼저 섭외한 사람들이랍니다.” 11월 초, 한 게시판에 올라온 ‘슈퍼스타K 음모론’이다.

지난 7월 23일 시작되어 숱한 화제를 낳았던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말잔치의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1월 4일, 시즌2의 우승자 허각의 디지털 싱글 ‘언제나’가 발매되었다. 성적은 꽤 좋았다. 하지만 이 디지털싱글 앨범의 표지 디자인이 또 ‘말’을 낳았다. 한 누리꾼의 평은 이렇다. “웬 탄광촌에서 석탄 나르다 뒤돌아보는 것 같은 사진이냐”(이글루스 블로그 비쥴). 싱글 발매 전엔 누리꾼이 자체 제작한 허각 싱글의 표지가 또 트위터등을 통해 회자되었다.(사진) 대부분 60·70년대 LP판 표지를 활용한 작품들이다.

허각이 이런 코드로 읽히는 까닭은 ‘슈스케’가 적극 그의 과거를 알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슈스케를 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그의 사연은 이렇다. “어려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헤어지고, 중학교를 중퇴했다. 쌍둥이 형과 낮에는 환풍기 설치 기사 일을 했고, 밤에는 밤무대 행사를 뛰는 무명가수로 전전.”

‘굴곡진 사연’은 다른 참가자들도 매한가지다. 장재인은 학창시절 ‘왕따’였다. 역시 부모가 이혼하고 등록금이 없어 막노동으로 숙식비를 벌던 김지수의 사연은 또 어떤가. 그런데 이런 ‘사연’들을 보면서 누리꾼들은 자연스럽게 어떤 이들을 떠올린다. 바로 브리튼 갓 탤런트의 폴 포츠나 수잔 보일. 얼마 전에 내한 공연도 했던 폴 포츠의 전직은 휴대폰 외판원이었고, 수잔 보일은 무직이었다.

여기서 처음의 ‘음모론’이 피어난다. 한국의 폴 포츠나 수잔 보일이라는 수식이 어울릴 만한, 그럴 듯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주최 측에서 처음부터 물색해 배치한 건 아니었을까.

사실 음모론은 이미 이 프로그램의 초반부부터 줄기차게 나왔다. 최종 우승자로 존박이나 장재인 등을 이미 점찍어놓고 ‘각본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특히 미션 곡 선정 등에서 ‘승부조작 연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음모설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한 미디어 관련 매체 기자도 “슈스케를 보던 사람들 중 최종 우승자로 존박을 꼽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종 우승자가 허각이 된 것은 원래 프로그램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 즉 보통사람들에게 ‘꿈’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실일까. 프로그램 연출자인 김용범 PD의 휴대폰은 꺼져 있었다. 엠넷 슈퍼스타K 관계자는 “연출팀 전원이 휴가를 내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게 물었다. 정말 승부가 연출되었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솔직히 섭외를 하려면 미리 조사를 해야 하는데, 당시 우리는 그런 조사를 할 여력도 없었다.”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그런 세세한 것을 고려해 ‘연출’할 시간도 없고, 또 심사위원들에게 판단은 전부 다 맡기기 때문에 승부나 심사에 관한 한 사전 연출이나 각본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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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뒷말이 풍성한 것도 그만큼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다음에는 또 어떤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이런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리게 될까. 자못 기대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