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디시인사이드,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 중급 쇼핑몰 가격이네.” 한 사이트가 5억5000만원에 팔린다는 기사에 한 누리꾼이 단 댓글이다. 누리꾼은 그 가격이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왜? 한국 인터넷 역사에서 그 사이트가 차지하는 위상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 1999년 만들어진 이래, 숱한 인터넷 신조어와 사건이 생산된 사이트다. 2004년 이후부턴 “그 명성이 빛을 바랬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건 뭘 모르는 소리다. 이전보다는 상당히 언더 혹은 마이너 취향이 강해졌지만, 여전히 그곳은 인터넷 문화 생산에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코너에서 다루는 인터넷 이슈들도 다양한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취해지지만, 사실 그 원류를 따지고 들어가보면 역시 ‘디시’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사이트의 가치가 고작 5억5000만원밖에 안 된다니?

디시인사이드 매각과 관련된 인터넷 반응을 보면 꼭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다. 이번 매각을 두고 김씨가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올린 글도 캡처되어 화제가 되었다. “제가 뛰어야 벼룩입니다. 디시를 떠난다면 갈 곳이라고는 한강뿐이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 매각과 ‘한강’ 어록을 매개로 한 패러디(사진)가 생산되고 있다.

필자는 2007년 김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주간경향 735호 관련기사 참조) 낯설어 보이는 신축빌딩의 사무실이었다. 그가 “새로 판 것”이라며 내놓은 명함엔 ‘IC코퍼레이션 대표 김유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그는 “태국으로 호텔 건물 하나 인수하러 간다”고 했다. 카지노를 지어보는 것도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단이 났다. IC코퍼레이션의 ‘바지사장’이었던 그는 법정 구속돼 감옥에 갔다(디시인사이드에 가면 김 대표가 이때의 감옥 경험을 회상하는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디시인사이드를 이번에 사들인 곳은 인터넷팩토리라는 회사다. 그런데 소문이 흉흉하다. 이 회사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2월 27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12월 31일 전환사채 31억원을 발행했다. 액면가 5000원이었던 주식의 전환가는 4만9500원이다.

이번에도 뭔가 탈이 날 것이라는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소문이 커지자 디시인사이드 측은 ‘디시뉴스’를 통해 이 매각과정을 해명했다. 디시 측은 “과거 머니게임에 휘말리면서 재무제표가 악화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래서 부득이하게 자산양수도라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인터넷팩토리는 이를 위해 설립한 ‘관계사’이며, 실질적으로 디시인사이드가 사라지거나 운영방침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게 디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 경제 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 중인 모 회계사는 “법적으로 굳이 따진다면 외양적으로 문제 있는 거래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회사의 상태를 볼 때 발행한 전환사채를 누가 인수했는지 등 시일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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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를 인수한 인터넷팩토리의 박주돈 이사와 통화했다. 그는 “한마디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상장사가 허위공시를 했다면 그런 의혹이 이해가 되는데, 알다시피 디시인사이드는 상장회사도 아니고… 아마 이전에 머니게임에 휘말려 들어갔을 때 디시가 상장된 것으로 착각해 하는 소리일 것이다.” 어쨌든 궁금하다. 김유식 대표는 사장 직위를 계속 유지하는 건가. 박 이사는 “직위 문제는 협의를 해봐야 하는데, 아마 임원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사이트 운영과 관련, 현 체제를 그대로 인정해서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이쪽으로 협의를 통해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별탈이 없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