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빌리에 맞선 그 남자, 반 다크홈

빌리 패러디물에서 TDN 코수기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동양계 남자 반 다크홈.

이 코너를 통해 소개했지만 빌리 헤링턴의 이야기를 지면에 다시 쓰기란 조금 뭐하다(주간경향 875호 언더그라운드.넷 참조). ‘고자라니’라든지 ‘미트스핀’, 그리고 ‘빌리’ 이야기따위는 사실 진짜 ‘언더그라운드’에 어울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소위 ‘붕탁물’로 불리는 빌리 계열의 패러디가 유머게시판을 장악하자 한 커뮤니티 담당자는 ‘붕탁물 업로드 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사용자들은 운영자의 ‘강등 위협’에 맞서 빌리 대신 운영자 얼굴을 합성한 붕탁물로 저항(?)하는 중이다.

하여간 ‘빌리’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지금도 빌리가 등장하는 패러디가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기자가 최근 목격한 패러디는 영화 ‘링’의 저주받은 비디오다. 사다코 대신 빌리가 등장하여 ‘ANG?’하고 있다. ‘ANG?’이 궁금하다면 검색엔진에 ‘빌리’ ‘ANG?’ 등의 단어로 검색해보시길.

어쨌거나 빌리와 함께 뜬 남자가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쪽 장르’에서 쉽게 보기 힘들다고 하는 동양계 스타다. 각종 패러디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장면은 가죽옷을 입은 이 남자가 빌리를 노려보는 장면이다(사진). <반지의 제왕>을 제목만 패러디한 게이 포르노 영화 <라커룸의 제왕>의 인트로 장면이다. 앞서 빌리 관련 글에서 위키피디아를 인용, 이 영화가 2004년 작이라고 했는데, 잘못된 정보다. 1999년에 제작되었고 2000년에 유통된 영화다.

어쨌든 역시 궁금하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인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빌리 패러디물이 흥하고 있는 일본 <니코니코동화> 주변에서는 TDN, TDN 코수기 등의 이름으로 통하고 있다. 그래서 한때 이 남자의 이름이 TDN이라는 잘못된 정보도 흘러 다녔다. TDN은 일본 프로야구 선수 다다노 가즈히토(多田野數人)의 약칭. 관련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에 따르면 2002년 다다노의 ‘어두운(?) 과거’가 인터넷에서 폭로되었는데, 무명시절 그가 게이 포르노를 찍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다다노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때는 먹고 살기 힘들 때라…”고 인정했다. 어쨌든 ‘빌리에 맞선 남자’의 이름은 반 다크홈. LA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베트남계 미국인이다. 반 다크홈에게 TDN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 포르노에 출연했을 때 두 사람이 입었던 가죽패션이 유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남자, 꽤 유명하다. 빌리 패러디가 흥하기 전부터 한국 게이 커뮤니티에도 알려진 인물이었다. 빌리와 엮이기 전 반 다크홈은 ‘근육질의 훈남 배우’ 이미지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공식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컴퓨터가 버벅거린다’며 나이를 밝혀놓고 있지 않지만, 역시 위키피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1972년생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그가 홈페이지에 밝힌 프로필을 보자. 2000년께 그의 꿈은 톰 크루즈나 골드버그(레슬링 선수라고 한다)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취미는 오토바이 타기. 고양이도 10마리쯤 기른다. 서핑이나 사진 찍기도 프로급이다. 2003년께에는 “진짜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전후 맥락으로 보아 그 대상은 역시 남자다. 2000년대부터 그의 성적 취향은 조금 하드코어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본디지다. 밧줄로 꽁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어쨌든 반 다크 홈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출연한 비디오나 사진집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 수익금은 전액 저개발국 빈민에게 소액대출을 하는 데 쓰고 있다. 다음은 그의 변. “포르노로 좋은 일을 한다는 걸 재미있거나 이상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걸 알아요. 하지만 당신들도 자신이 지닌 재능으로 최선의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기특하지 않은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