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왜 ‘꼬꼬면’ 상표등록을 취하했을까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얌체짓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3월 말,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모씨’가 누리꾼의 도마에 올랐다. 3월 21일, 그러니까 월요일 김모씨는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출원한다. 상표의 이름은 꼬꼬면. 특허청의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KIPRIS에 올라온 견본 이미지만 보면 딱히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워드프로세서 고딕체로 ‘꼬꼬면’이라고 등록한 것이다. 구분은 ‘국내상표 한글상표 일반’으로 되어 있고 상품코드는 ‘라면’, ‘면류’로 되어 있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TV프로그램에서 선보인 ‘꼬꼬면’

그런데 이게 비난받은 까닭은? 주말에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을 본 사람은 안다. 코미디언 이경규는 자신이 개발한 레시피를 갖고 라면 경연대회에 나간다. 과거 ‘신입사원’ 편에서 라면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다각도로 연구한 끝에 개발한 라면에 ‘꼬꼬면’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경규씨의 꼬꼬면은 라면업체 관계자, 프로페셔널 요리사, 라면동호회 회장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 선정 결과 놀랍게도 2위를 차지한다. 라면 경연대회 방영이 끝난 뒤 실제 모 라면회사가 상품화를 염두에 두고 이경규씨와 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방영 다음날 그 꼬꼬면을 누군가 상표등록했다. TV에 방영된 아이디어 가로채기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누리꾼의 의견은 김씨의 행위가 비도덕적이라는 비난과, 사전 녹화된 프로그램인데 사업화까지 진행하면서 사전에 상표등록을 하지 않은 이씨나 라면회사의 잘못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김씨를 옹호하는 입장도 있다. “이미 수락되었다면 정당한 상표권리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발 빠르고 손 빠르고 생각 빠른 사람이 돈 버는 세상이라서… 꼬꼬면을 고집한다면 아무래도 억 단위의 거래가 예상되는군요.”(누리꾼 붉은악마) 김씨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김씨가 욕을 먹어야 한다면 도메인 선점 등록 등도 욕을 먹어야 하지 않냐고 반론을 폈다.

이씨와 라면업체가 이름을 ‘이경규의 꼬꼬면’으로 변경해서 상품화를 추진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누리꾼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김씨의 처지를 두고 “쌤통”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정리가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아이디어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하다면 소송을 통해 상표권을 되찾는 건 가능한 걸까.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봤지 않나. 특허청 대변인실에 문의해봤다. “상표권과 관련, 선출원주의 원칙이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상표라도 장래 사용의사가 있으면 상표 설정 등록을 할 수 있고, 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먼저 등록한 사람이 임자라는 소리다. 그런데 3월 30일. 김모씨는 상표출원을 취하했다. 왜 그랬을까. 인터넷에서의 비난여론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특허청 관계자는 “취하는 ‘취하(포기서)’라는 서류만 내면 될 뿐, 취하한 이유는 우리로서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취하가 받아들여지면 상표등록은 다시 가능하다. 이씨나 라면회사가 그 상표를 등록하게 될까. 혹시 업체나 이씨가 손을 써 상표등록이 취하된 것은 아닐까.

언더그라운드.넷

이씨와 상품화를 논의하는 업체는 한국야쿠르트다. 한국야쿠르트 홍보실 이승기 대리는 “현재 이경규씨와 계약을 맺은 것은 9월 중에 출시하자는 상호 의지를 확인한 수준”이라며 “김모씨라는 분이 상표등록을 한 사실도 몰랐고, 그 뒤에도 그쪽에서 연락이 오거나 특별하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경규의’를 뺀 ‘꼬꼬면’이라는 라면을 9월쯤에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심사위원도 감명받았다니, 그 라면 맛이 어떨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