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로즈웰 UFO 추락설 진실은 밝혀질까

“한 공군 조사관이 뉴멕시코에서 소위 비행접시라고 불리는 3개의 물체를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4월 초순, 인터넷을 달군 뉴스다. 이 뉴스는 진짜다.

아마 UFO와 관련한 책을 뒤적여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로즈웰 사건. 국내에는 방영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이 사건이 있었다는 전제 아래 드라마까지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월 7일 공개된 FBI 문서. 뉴멕시코 로즈웰에 3대의 비행접시가 추락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전언을 담은 메모다.

도대체 무슨 사건이었기에? 시작은 1947년 7월 8일. 이곳에 주둔하던 공군이 “로즈웰의 한 목장에서 비행접시를 노획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면서부터다. 비록 지방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이 뉴스는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비행접시 노획’의 흥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바로 이튿날 미 제8공군의 한 장성은 “우리가 노획한 것은 비행접시가 아니라 레이더추적 기상관측 기구”라고 정정 발표했다.

논란은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20세기 현대사 최대의 ‘신화’가 막 시작된 것에 불과했다. 농장 주인들은 “우리 농장에 추락한 비행접시를 공군이 수거해 갔고 함구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행접시’를 발표했던 공보장교조차도 자신이 받았던 압력을 털어놓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부 주민이 목격한 ‘외계인 사체’다. 그 추락기체에서 나온 외계인 사체를 공군이 어디론가 싣고 갔다는 것이다.

지난 1995년과 1997년 마침내 미국 당국은 관련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쉬쉬해왔던 까닭은 ‘모굴’이라는 이름의 그 프로젝트가 소련 원자폭탄 실험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계인 사체는? 기상관측기구에 흔히 싣는 인형(dummy)이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미 신화가 되었다. 관련 연구자들 중 보고서를 보고 납득한 사람은 거의 전무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난 4월 7일 공개된 1장짜리 FBI 문서를 두고 사람들이 흥분하는 까닭은 그 ‘비행접시 추락설’을 뒷받침하는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 호텔이라는 FBI 워싱턴 담당 요원이 국장에게 보내는 형식의 이 문서에는 “3개의 비행물체에는 91㎝가량의 인간 형태의 생물체가 타고 있었는데 강력한 레이더 때문에 조종이 교란되어 추락한 것 같다”는 진술이 들어 있다.

하지만 아직 로즈웰 UFO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이 문서가 작성된 때는 1950년. 가이 호텔은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쓴 것이 아니라 3년 뒤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쓴 것일 뿐이다. 사건이 일어난 때보다 근접한 문서는 같은 날 공개된 성명미상의 FBI 댈러스 지부 요원이 신시내티 국장에게 보낸 전문이다. 이 전문이 작성된 날짜는 1947년 7월 8일. 이 문서에 묘사되어 있는 ‘비행접시’의 형상은 사뭇 다르다. “비행접시는 육각형 형태였는데 풍선기구에 매달려 있었다.” “이 물체는 레이더 반사장치가 달린 고고도 기상관측기구와 닮은 형태였다.” 후자의 문서는 1995~1997년의 로즈웰 보고서의 내용과 더 합치하는 것 같다.

언더그라운드. 넷

UFO 연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맹성렬 UFO연구협회 회장(우석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맹 회장은 “3년이 지난 후 이야기이고 당시 무성했던 소문들을 메모 형식으로 전달한 문서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 볼 때 이전에 공개된 기밀해제 문서들에 비해 고급정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도, 그리고 당분간 더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것 같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