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민원 해결, 집에서 하세요

주민이 행정 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을 민원(民願)이라고 한다. 행정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 힘없는 백성에게 민원은 ‘민원(民怨)’이 될 때가 많았다. 나이 든 분이라면 간단한 민원서류 한 통을 떼기 위해 힘들게 해당 기관을 찾아가 공무원의 눈치를 봐가며 하염없이 기다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민원우편 관련 1974년 3월 13일자 경향만평

민원우편제도는 이런 불편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관청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민원서류를 신청해서 받아보는 이 제도가 국내에 시행된 것은 1980년 1월 1일부터다. 그 전에도 우편으로 신청한 민원을 처리해주는 우편처리제도가 부분적으로 시행되긴 했지만 정책적 효과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민원우편제도 시행 전해인 1979년 최규하 국무총리는 “외국에는 주민이 민원업무를 우편으로 신청하면 일선 행정기관에서 즉시 처리해주는 민원우편제도가 확립돼 있더라”며 이 제도의 시행을 직접 독려했다. 국민의 시간과 경비를 줄이고 민원 창구의 혼잡을 덜어주는 민원우편제도는 당시 우리에게는 선진적인 제도였다. 최 총리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이 제도가 확립되면 부조리도 없어지고 교통난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1979년 4월 12일자 경향신문)

내무부 및 산하기관의 20종의 민원업무에서 시작한 민원우편의 대상은 현재 30개 정부 기관 278개 종류로 확대돼 있다. 민원우편을 신청하려면 우체국에 가서 신청서에다 내용을 기재해 수수료와 함께 민원우편 봉투에 넣어 부치면 된다. 민원서류 발급 수수료 외에 우편요금(3740원)과 민원우편 봉투 대금(70원)이 들어간다. 송달 과정은 익일특급우편으로 취급되며 신청 후 배달까지 4~5일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이것도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요즘은 민원우편제도가 인터넷 환경과 결합해 더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7일 우정사업본부는 해당 기관은 물론 우체국에도 갈 필요 없이 집이나 직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민원서류를 신청하고 받아볼 수 있는 민원우편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성적증명서, 재학증명서, 교육 지원 대상자 증명(국가유공자 등), 조세감면증명 등을 온라인으로 신청해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그 이전에도 병무청이 발급하는 병적증명서와 외교통상부의 재외국민 등록부등본 교부 신청서 등 2종의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해왔다. 이번에 21종을 추가함으로써 그 대상을 23종으로 늘린 것이다.(표 참조) 우정사업본부는 각 부처에 의견 조회를 실시해 인터넷을 통해 직접 발급할 수 없는 민원 사무에 대해서는 인터넷 우체국을 통한 민원우편서비스를 적극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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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민원우편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인터넷우체국(www.epost.kr) 회원으로 가입하고 실명확인 인증, 공인인증서 인증 또는 아이핀(i-Pin) 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편요금과 수수료는 인터넷우체국 가상계좌로 무통장입금을 하면 된다. 온라인 민원사무는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민원24’(www.minwon.go.kr)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 현재 5004종의 민원사무를 취급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없는 민원사무는 1989종이다. 민원(民怨)이었던 민원(民願)이 우편서비스와 결합하면서 놀랍게 진화하고 있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