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인삼국가와 커피국가의 ‘50년 우정’

인삼과 커피는 국민건강식품이고 국민음료라고 해도 될 정도로 우리가 달고 살다시피 한다. 두 애용품에 대해서는 책 한 권을 써도 남을 얘깃거리가 있겠지만 우선 한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고 싶다. 인삼과 커피의 열매를 보았는가.

궁금한 사람은 지난 3월 9일 한국 우정사업본부와 콜롬비아우정이 공동 발행한 ‘한국-콜롬비아 수교 50주년 기념우표? 를 보라. 공교롭게 두 열매는 모양이 비슷하고 색깔도 똑같이 선홍색이다. 두 나라 우정(郵政)당국은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인삼과 커피의 빨간 열매가 강조된 도안을 채택했다.

국가 간에 공동우표는 발행하는 데 많은 공이 들어간다. 서로 연관이 있으면서도 각자를 대표하는 소재를 선택하고 도안을 만들어 확정하기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 이번 공동우표 소재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인 강강술래와 바랑키야축제, 대표적인 민속물인 장승과 토템상 등 10여 가지 가운데서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 콜롬비아가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공동 발행한 커피와 인삼의 빨간 열매를 강조한 도안의 우표.

두 나라가 우정(友情)의 징표로 인삼과 커피를 선택한 것은 그것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양국의 대표적인 작물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고려인삼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인삼의 효능은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항암 능력과 면역 증강 효과를 비롯한 수많은 약효가 보고되고 있다. ‘후안 발데스?라는 브랜드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콜롬비아커피 역시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로 꼽힌다. 여기에 더 깊은 의미를 찾는다면 인삼과 커피는 두 나라에서 단순한 상품을 넘어 국민적 자부심이 담긴 문화유산으로 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콜롬비아커피는 생산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난해 이미 선정됐고, 고려인삼도 식품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이다.

콜롬비아가 우리와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사실은 뜻밖에도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6·25 참전국으로서 지상군 1개 대대와 함정 1척 등 5000여명을 파병했다. 이들은 김화 400고지전투, 골모고지전투 등 많은 전투에 참가해 200여명이 전사하고 400여명이 부상하는 희생을 치렀다. 이런 혈맹관계를 강조하며 콜롬비아는 유엔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늘 한국의 편을 들었다. 참전 군인이 출항한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항구와 인천에는 양국의 참전 기념비가 있다.

우정 관계자나 우취인에게 특별한 나라이기도 하다. 우선 대한민국을 소재로 한 우표를 최초로 발행한 나라다. 1955년 3월 23일 태극기 밑에 낙동강에서 주민들과 함께 다리를 고쳐주는 콜롬비아 병사들의 모습이 담긴 한국전 참전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이다. 스페인어로 ‘한국의 콜롬비아 병사들’(Soldados de Colombia en Corea)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인 이 우표를 우취인은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소개한 외국 우표로 꼽는다.(정부수립 이전까지 따지면 1943년 발행된 미국 우표에 이어 두 번째다.)

또 하나 우취인의 관심을 끄는 콜롬비아 우표로 1956년 12월 28일 발행된 167세 세계 최장수 노인(Javier Pereira)을 담은 게 있다. 이 우표에는 노인의 초상 아래 ‘사소한 일에 마음을 두고 생각하지 말고 맛있는 커피와 담배를 마음껏 즐겨라?는 그의 평소 장수 비결이 들어 있다. 커피와 담배 수출국으로서 기지를 발휘한 우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0월까지만 5억 달러어치의 커피를 수입했다. 브라질이 1억 달러, 콜롬비아가 두 번째로 많은 9100만 달러다. 고급 커피를 찾는 소비자의 요구에 힘입어 콜롬비아커피의 수입은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인삼 수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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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가 커피 수출 1위는 아니다.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세 번째다. 우리나라 인삼은 세계 인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밖에 안 된다. 비록 두 나라는 양에서는 1등이 아니지만 명가로서 자존심을 선명하게 공동 우표에 새겼다. 눈이 아리도록 빨간 인삼과 커피의 열매가 그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