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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우표에 담은 한국의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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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북을 매달아 의병 궐기를 독려했던 느티나무. 정묘호란 때 피란 온 인조의 옷깃이라도 스쳤을 것 같은 탱자나무, 왜적의 눈에 띄지 않게 성을 가려서 마을을 지켜준 이팝나무, ‘최종병기’ 활의 재료로 쓰였을지도 모를 올벚나무.

역사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살아 있는 의령 세간리 현고수(천연기념물 제493호, 이하 호수만 적음), 강화 갑곶리 탱자나무(78호), 광양 유당공원 이팝나무(234호), 구례 화엄사 올벚나무(38호)에 얽힌 사연이다. ‘나라 지킴이 나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수백 년 수령의 이 네 나무가 식목일인 지난 4월 5일 발행된 ‘한국의 명목 시리즈’ 우표 마지막 묶음에 소개됐다.

한국의 명목 시리즈우표 네 번째 묶음은 나라와 마을을 적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긴 나무를 소개했다.


나무는 타임머신이다. 강원도 정선 두위봉 주목(433호)은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612년)에 참전한 어느 누군가가 어루만졌을지도 모른다. 수령이 1400살 정도 된다고 하니까 혹시 알겠는가. 참고로 세계 최고령 나무로는 스웨덴에 있는 독일가문비나무(Norway Spruce)가 9500여년, 일본 조몬스기(繩文杉)라는 삼나무가 7200여년 됐다는 주장이 있지만 가장 널리 인정받는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므두셀라’라는 별명의 브리슬콘 소나무다. 수령이 4700년 이상 된다고 하니까 이집트 대피라미드가 건설되던 시절 싹을 틔워 지금까지 살아온 셈이다.

‘한국의 명목 시리즈’ 우표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네 번 발행됐다. 첫 번째 묶음은 ‘최고의 나무’를 담았다. 우리나라 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들이다. 진안 천황사 전나무(495호), 장성 단전리 느티나무(478호), 예천 천향리 석송령(294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30호) 등이 그들이다. 천향리 석송령은 세계에서 드물게 재산을 소유한 나무이며, 용문사 은행나무는 동양에서 가장 크고 우람한 규모를 자랑한다.

두 번째 묶음의 테마는 ‘아름다움’이다. 고불매(古佛梅)라는 멋진 이름의 장성 백양사 매화나무(486호),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용송(龍松)’이라고도 불리는 괴산 삼송리 소나무(290호), 세 그루가 하나처럼 어우러진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481호), 두 그루가 줄기를 꼬아 ‘쌍향수’라는 이름을 얻은 순천 송광사 천자암 향나무(88호)가 그 주인공이다.

세 번째 묶음은 우리의 정신이 깃든 ‘선비나무’를 주제로 한 것이다. 조선 성종 때 김종직이 현감으로 부임해 심었다는 함양 학사루 느티나무(407호)를 비롯해 제주 산천단 곰솔군(160호), 금산 요광리 은행나무(84호), 하동 축지리 문암송(491호) 등 선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지닌 나무가 우표로 소개됐다. 

한국의 명목 시리즈 우표에 등장한 16가지 나무는 우표발행심의위원회의 결정과 문화재청의 추천, 국립수목원의 자문 등 간단치 않은 과정을 거쳐 선정된 것이다.

나무가 우표의 주제나 소재가 되는 예는 그리 흔치 않다. 보통우표로는 가장 많이 발행된 무궁화를 제외하면 미선나무, 백목련, 잣나무, 정이품송, 왕머루, 능금, 홍월귤 등이 소재가 된 적 있다. 기념우표로는 1954년 소나무가 애림기념으로 발행된 정도다.

나무를 가장 많이 다룬 것은 시리즈우표다. 1965년 소나무, 매화, 개나리, 진달래, 수수꽃다리, 무궁화, 백일홍, 오동나무, 제주조릿대 등이 식물시리즈 우표에 등장했다. 1979년에는 백송, 1980년에는 미선나무가 자연보호시리즈 우표에 올랐다. 1997년에는 야생화시리즈 우표에도 나무로서는 유일하게 함박꽃나무가 끼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발행된 전통염료식물시리즈에는 물푸레나무, 붉나무, 회화나무, 소나무, 석류나무, 호두나무, 신나무, 누리장나무, 치자나무, 주목, 청미래덩굴 등 다양한 나무가 소개됐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제까지 발행한 나무 우표를 모아볼 만하다. 최근 발행한 ‘한국의 명목 시리즈’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가까운 우체국이나 우편사업진흥원(전화 02-3443-1351~2), 한국우표포털서비스(www.kstamp.go.kr)에서 신청하면 예전에 발행된 우표도 구할 수 있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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