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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가 만난사람]국민주치의제도 대안적 실천가 김철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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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우리 의료제도 문제 많은 자유방임형… 국민주치의제 도입해야”

중학생이 또 자살했다. 세계 3대 부호 중 한 명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14세 소년의 죽음과 81세 노인의 암 진단 뉴스에 특별히 눈길이 머문 까닭은 그날 김철환 인제대학원대 교수와 인터뷰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주치의’다. 주치의가 대통령이나 워런 버핏 같은 대부호에게나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자살한 중학생을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필요할 것이다. 그가 말하는 주치의란 ‘나 자신과 가족을 잘 알고 또 오랫동안 관계해서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해줄 수 있는 동네 의사와 같은 존재’다. 그래서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도입은 고사하고 사회적 논의마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국민주치의제도를 그는 적극 지지하고 대안적 실천을 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연령대별 건강관리법을 안내한 <우리 가족 건강을 부탁해요>(김영사)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철저하게 환자의 입장에서 잘못된 의료상식과 오해를 바로잡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쉬운 실천방법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본부장은 “누군가 나에게 주치의 한 사람을 부탁한다면 제일 먼저 김철환 교수를 추천할 것”이라며 그를 상찬했다. 지난 4월 19일 서울 중구 저동 서울백병원 인당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주치의라는 게 왜 필요한지부터 말씀해주시죠.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좋은 것도 많지만 개선해야 될 것 중에서 아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1차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활성화시키는 거거든요. 1차 의료의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1차 의료와 2·3차 의료의 역할 분담도 잘 안 돼 있어요. 큰 병원 가서 치료받지 않아도 될 것을 큰 병원 간다든지, 반대로 1차 의료기관에서 적합하지 않은 수술을 작은 병원에서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하는 게 국민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모르는데, 어느 나라도 또 어느 학자도 이런 제도를 바람직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소위 자유방임형 의료제도죠.”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떻습니까.
“원래 1차 진료 의사는 옛날에는 동네 의사였죠. 영국·벨기에·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국 계열의 가정의는 GP(general practitioner)라고 해서 전문의랑 딱 구별이 돼요. 가정의는 병원에서 일할 수 없고 전문의는 개업을 할 수 없어요. 1차 의료와 2·3차 의료가 완전히 구분돼 있는 거죠. 반면 미국 의료제도는 전문의 중심으로 제도화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1940년대 들어 옛날에 우리를 봐주던 동네 의사는 다 어디 가고 맨 전문의뿐이냐는 얘기가 나왔어요. 우리 가정도 잘 알고 필요하면 왕진도 해주고 상담도 해주고 우리와 같이 있던 그 동네 의사들 다 어디 갔어,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시민의 요청으로 가정의 전문의 과정이 생겼는데, GP라고 하지 않고 FP(family physician)라고 해요.”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미국의 것을 들여왔기 때문에 전문의 중심의 자유방임형이라는 게 김 교수의 말이다. 가정의 제도는 미국은 1960년대, 우리는 1980년대에 도입됐다. 그래서 나온 게 이른바 ‘국민주치의제도’인데, 보건의료운동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김 교수도 이 운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제가 옛날부터 해왔던 운동 중에 하나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사 한 사람을 정해서 꾸준히 진료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었어요. 정부도 그런 생각이 없는 게 아닌데, 의료계의 반대가 워낙 심합니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가 뭡니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완전히 전문의 중심입니다. 전문의가 개업하다가 큰 병원의 스태프가 되기도 하고 큰 병원 스태프를 하다가 바로 앞에다 개업하기도 하잖아요. 이런 자유로운 환경에서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 내과·가정의학과·소아과 등 일부 과는 괜찮겠지만 그 밖의 다른 과는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있는 거지요. 일부 국민도 의사를 정해놓고 우선은 그 의사한테 가라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그렇지만 저희가 조사해보면 국민은 (주치의제도를)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시절 시범사업 정도로 시도하려고 했는데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약간 변형된 형태로서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만이라도 한 의사를 정해서 다니도록 하자고 하는데, 그마저 대한의사협회가 공식적으로 반대하거든요.”

다시 정치적 의제로 논의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겠네요.
“정치권도 정부도 너무 부담스러운 거죠. 특히 의약분업 이후에 의료단체의 협상력이 커지고 집행부도 의사들의 이익에 강성인 성향으로 구성되다 보니까 정부가 아예 말도 못 꺼내고 있어요.”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의사와 환자의 관계 회복이에요. 의사가 제일 걱정하는 게 뭡니까. 의료분쟁이거든요. 미국처럼 엄청난 보험이 있고 조금만 잘못하면 소송으로 가는 분위기와 가족처럼 서로 신뢰하며 평생 돌보는 관계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거죠.”

처음부터 큰 병원을 찾지 않으니까 의료비 부담도 많이 줄겠네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죠. 그런데 자꾸 비용과 연결시키니까 의사단체에서 반대를 하게 돼요.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만 설계를 한다는 거죠. 저는 질과 비용을 다른 차원에서 봅니다. 지금 제도는 의사가 약 처방을 많이 하고 검사를 많이 하고 환자를 꾸준히 봐야 수입이 올라갑니다. 주치의제도에서는 자기에게 등록된 사람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1년 수입이 대강 정해지죠. 그렇게 되면 환자가 안 찾아올수록 이득입니다. 등록된 분들이 건강관리를 잘 해서 병원에 올 일이 없으면 의사는 편하잖습니까. 그러면 예방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죠. 지금 제도에서는 그런 활동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 내과·소아과·가정의학과 외의 영역은 어떻게 됩니까.
“지금 시행한다면 과의 구분이 없어야 돼요. 이미 오래 개업한 의사는 1차 진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흔한 질병 다 봅니다. 예를 들어 큰 병원에서 마취·통증만 전문으로 하던 분이 개업하면 대부분 마취는 안 하거든요. 통증만 하든지 일반 진료를 해요. 정형외과에서 어려운 수술 배운 분이 개업해서는 그런 수술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분들도 우스개로 다 ‘정형내과’한다고 해요. 이게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인 거죠.”

그래서 참 어려운 거군요.
“(주치의제도가) 엄청나게 큰 제도고, 그러기 때문에 누구도 드라이브를 못 걸고 있죠. 그렇지만 언젠가 우리가 가야 할 제도예요. 한꺼번에 바꾸지 않더라도 시범사업이라든지 일부 그렇게 할 수 있는 쪽에 제도 설계가 조금씩 바뀌는 쪽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비록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주치의제도가 추구하는 의료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환자도 개별적으로 주치의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 의사를 꾸준히 찾아가는 겁니다. 그런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좋아하고 사명감을 느끼는 분과 잘 매칭이 된다면… 가령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찾아가고 전화도 할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주치의라면 필요할 때 전화로 상담할 수 있어야지 꼭 가야만 됩니까. 환자는 그럴 수 있는 의사를 만나고, 의사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교수께서는 사람의 수명을 결정하는 4대 요소로 유전·환경·습관·의료를 꼽고,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습관이라고 했습니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어떤 습관을 가지는 게 좋습니까.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건강해지는지 다 알거든요. 당연히 건강에 나쁜 건 피하고, 이롭다고 알려진 건 실천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몇 가지 심리가 있어요. 제일 흔한 게 ‘나는 괜찮겠지’라는 거예요. 예를 들면 담배 핀 자기 할아버지도 오래 살았고 100세 노인 중에도 흡연자가 많다며 자신은 그런 좋은 쪽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이걸 ‘대책 없는 낙관주의’라고 해요. 그런데 정말 더 대책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 나쁜지 아는데 하다 죽을래, 건들지 마, 이거거든요. 그런데 과연 그게 본심일까요.”

그는 이런 사람에게는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건강관리를 못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인식시키고 정말 그럴 마음이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이다.

“동맥경화의 4대 원인이 담배·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거든요. 그 외에도 비만·운동부족·스트레스 등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게 네 가지죠. 남자한테 제일 처음 오는 동맥경화의 사인이 발기부전이에요. 발기부전이 1차 의료를 하는 의사에게는 굉장히 중요해요.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표시이고, 그래서 가장 위험한 데가 심장과 뇌기 때문이에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죠. 그럴 경우 보통 그 자리에서 40%가 사망하고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하는 과정에서 10%가 사망하고 나머지 50% 중에서 상당수는 후유증이 남게 됩니다.”

김 교수는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금연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금연 얘기라면 끝이 없을 것 같아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흡연 말고 건강관리를 위해 꼭 지켜야 할 중요한 생활습관은 무엇입니까.
“중요한 순서로 얘기하면 1번은 먹는 겁니다. 식사습관이죠. 그 다음에는 금연이고요. 물론 흡연율이 많이 떨어지면 비만이 더 중요할 겁니다. 왜냐하면 인구기여위험도라는 게 있는데, 지금은 흡연이 제일 높거든요. 흡연 하나가 비만·술·에이즈·전쟁까지 다 합친 것보다 더 크거든요. 그 다음에는 운동이에요. 꼭 운동화 신고 뛰는 것만 운동이 아니거든요. 직업적으로 신체활동 많이 하시는 분은 따로 운동은 취미생활만 하면 돼요.”

최근 중학생 자살과 관련해 학교폭력 문제가 또 다시 부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 건강을 부탁해요>에 청소년 자살 문제를 다루면서 항우울제를….
“적극적으로 쓰라고 그랬죠. 마음의 병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잖아요. 물론 자살의 원인이 다 우울증은 아니지만 80%가량이 그렇기 때문에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도와주는 약물로서 효과가 입증된 걸 쓰는 거예요. 이것도 주치의 관계가 잘 돼 있으면 훨씬 낫죠. 의사 입장에서는 직접 얘기하지 않아도 신체 증상으로 알 수 있거든요. 말은 ‘저, 즐겁게 잘 살아요’라고 해도 머리 아프고 배 아픈 증상 뒤에 우울증이 숨어 있으면 그걸 빨리 간파해서 치료를 하거나 심각한 경우 정신과로 보낼 수 있는 거죠.”

워런 버핏 회장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던데, 아무리 돈이 많고 의술이 발달해도 피할 수 없는 질병인 겁니까.
“80대면 발견 못해서 그렇지 거의 70% 정도는 갖고 있어요. 워런 버핏이 그 나이에 전립선암 발견해서 치료한다, 그건 뭐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에요. 전립선암은 논란이 많아요. 50세 이후에는 PSA라는 피검사만 해도 조기 발견이 가능하거든요. 물론 사망률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그 치료가 어려운 게 아니고 예방법도 특별히 없습니다.”

김 교수는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을 지내는 등 보건의료운동을 오래 해왔다. 지금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이사 등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건강을 결정하는 4가지 요소 가운데 ‘환경’을 좋게 하는 일일 터이다. 최근 보건의료운동계의 최고 현안은 ‘일부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다. 그가 몸담고 있는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가 시작한 운동이고 현재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18대 국회에서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될 지경입니다.
“미리 약사와 상의해서 가정상비약을 집에 다 준비하고 있으면 최고로 좋죠. 하지만 ‘대장간 집에 낫이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의사인 저도 정작 필요한 게 없어서 당황할 때가 있어요. 이걸 해결하자고 해서 대통령까지 하라고 하고 시민단체에서 난리치고 해서 겨우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지금 법사위원회에 묶여 있잖아요. 참 걱정입니다.”

본인의 건강은 어떻게 관리합니까.
“제가 말하는 걸 제가 실천해야 되지 않습니까.(웃음) 당연히 건강에 나쁘다고 알려진 건 피하고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건 합니다. 담배는 당연히 안 피우고요. 균형 잡힌 식사와 그 다음에는 운동… 운동은 마라톤 풀코스 19번 뛰었습니다. 저한테는 무리지만 그런 목표가 있으니까 평소 자꾸 뛰어서 풀코스 완주할 수 있게 체력을 유지하려고 하죠. 그리고 텃밭 가꾸기를 합니다. 도시농업을 하면 몸을 많이 쓰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도 좀 긍정적으로 가지려고 하고 인간관계도 원만하게 가지려고 합니다.”

<글·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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