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하늘나라에 꽃배달 서비스

“벌써 30년이 더 지났네요. 긴 세월 잊고 살다가 불현듯 그리워서 이렇게 온라인으로나마 찾았습니다. 나의 불민을 용서하세요. 5분대기조를 하다가 참모부로 복귀하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가려고 했는데 김 일병이 대신 간 셈이 되었죠. 그게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이었을 줄이야. 생각하니 그때의 찢어질 듯했던 가슴 다시 아려옵니다. 부디 편히 쉬시기를. 언젠가 그곳을 찾고자 합니다.(혹 함께 복무했던 전우께서 이 글을 보시면 연락하세요.) -당신의 사수였던 신동호”

국립서울현충원 27번 묘역 39091번 묘비에 사이버 참배를 하고 이런 글을 남겼다. 1981년 8월 4일 경기도 포천 전차부대에서 임무 수행 중 사망한 김붕주 일병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준 것은 우정사업본부의 이메일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호국영령을 기리는 ‘나라사랑 한마음, 대한민국 헌화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보도자료였다.

국립묘지 무료 헌화 이벤트에 참여한 우체국 고객의 꽃을 집배원 등이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내가 이토록 무심했다는 말인가. 제대해서 꼭 묘역을 찾아보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터다. 그런데 그냥 지나온 게 벌써 30년. 더욱 놀라운 것은 망각의 감쪽같음이다. 정확한 사망 연도와 날짜는 고사하고 이름조차 가물가물했다. 서울현충원 홈페이지(www.snmb.mil.kr)에 들어가 보았다. ‘안장관리’ 메뉴의 ‘안장자 찾기’가 있었다. 부대 이름과 사망한 연도로 검색하니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현충원으로 전화를 해서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민원실 전화번호 02-813-9625) 퍼즐 맞추기를 하듯이 이름, 사망일, 군번, 안장 묘역과 묘비 번호 등을 찾아나갔다. 국립묘지에 잠든 약 17만 위의 영령 가운데 그를 찾아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록새록 옛 기억도 되살아났다. 병장 진급을 앞두고 뒤늦게 받은 조수, 5분대기조에 묶여 있다가 함께 근무하는 첫 날 당한 불의의 사고, 한탄강 일대 수색 작전, 영결식장까지 통신 선로와 장비 가설, 산속에서 밤새 시신을 지킨 일 등등.

사이버 참배를 하고 추모 글을 남긴 뒤 이번에는 우체국쇼핑 홈페이지(mall.ePOST.kr)에 접속했다. ‘하늘나라로 보내는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충원이나 호국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을 대신해 우체국에서 호국영령의 묘역을 찾아 헌화해주는 서비스를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대전현충원과 영천·임실·인천호국원 등 전국 5개 국립묘지에 헌화할 무궁화 및 국화 7000여 송이를 준비했다.

행사는 5월 7일부터 31일(서울현충원은 25일)까지 진행된다. 5개 묘역 가운데 희망하는 곳을 선택한 뒤 ‘무료헌화 동참하기’를 누르면 1인 1송이 헌화가 이루어진다. 헌화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추첨을 통해 한우선물세트, 우체국쇼핑 할인쿠폰 등의 경품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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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헌화에 참여하고 나니 욕심이 더 생겼다. 김 일병 묘비를 지정해서 헌화할 방법이 없을까 해서다. 알고 보니 그것도 별로 어렵지 않다. 우체국쇼핑 꽃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꽃다발, 꽃바구니, 꽃상자/하트 가운데서 적당한 것을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으며, 카드나 리본에다 간단한 메시지를 표시할 수도 있다. 가격은 4만~10만원 선이다. 계절상품으로 헌화용 국화 1송이(1000원)부터 흰 국화 5송이를 꽃다발 리본 포장한 헌화용 국화 5송이(5000원) 등도 있다. 100송이(10만원)와 300송이(30만원) 헌화용 꽃배달 상품도 있다. 헌화용 계절상품은 아직 출시하지 않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전화 1588-1300으로 하면 된다. 김 일병, 오래 기다린 걸 너무 원망하지 말게. 조만간에 소주 한 병 들고 찾아갈 테니까!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