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넷]하늘보리 광고, 신발은 왜 그려넣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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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품회사의 음료광고가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광고카피가 문제였다. 그 문구는 이렇다.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그 밑엔 “목마를 땐 하늘보리”라고 광고대상 물품명이 붙어 있었다. 

사건이 터진 지금엔 뭐가 문제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 누리꾼의 반응을 대신 전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더운데’ ‘하이힐’ 그림까지 옆에 넣어두고 ‘차’가 없는 타령을 해대니… 당연히 남친 차 없다고 까는 글 아님? 아무튼 열받아서 누가 하늘보리 먹고 싶겠음?”(누리군 유스호스텔) 

누리꾼의 비난을 받은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옥외설치광고. | 클리앙

사진을 보면 이 광고는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옥외광고물이다. 하늘보리를 내놓은 웅진식품 측은 “대학가 버스정류장 일곱 군데에 해당 광고물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웅진식품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6월 6일 자정까지 광고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로 본의 아니게 불쾌감을 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는 해명이 문제였다. 중의적이라는 것은 이것이다. 하늘보리라는 제품은 음료수, 차(茶)다. 그리고 읽는 사람에 따라 이 차는 자동차(車)로 읽힐 수 있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전되자 ‘중의적’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대상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 나왔다. “날은 더워 죽겠는데”와 “남친은 차가 없네!” 사이엔 땀을 두 방울 흘리는 하이힐이 그려져 있다. 그냥 ‘여성’을 상징하는 기호로만 해석을 했는데, 저 ‘중의적’이라는 표현 때문에 ‘신발’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떠올린 것. 신발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욕설 대신 흔히 사용하는 표현. 그러니까 이 해석이 맞다면 자신이 가난한 남친을 둔 것을 저주하던 여성은 화를 내면서 ‘ㅆㅂ’이라는 추임새까지 넣은 셈이다. 사실일까. 더 궁금한 건 자체 제작을 했든 외주를 줬든, 광고를 내부심의할 텐데 어떻게 저런 광고가 통과할 수 있었느냐는 의혹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기획한 광고가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왔다. 웅진식품에 전화해 물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발이오? 그게 그냥.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걸 우연찮게 보시는 분들은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의도하고 그렸겠습니까.” 여러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지만 ‘신발’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는 것이다. 설마. “우리들로선 대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학생의 언어로 한 것인데….”

이 관계자에 따르면 광고 제작은 외주업체에서 맡았다. 인터넷의 저런 반응? 당연 예상하지 못했다. “저희도 경솔해서 놓친 부분도 있지만 광고대행사 쪽도 힘든 건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침에 얼굴이 잿빛이 돼서 찾아왔는데.” 이 관계자는 사태가 나고 사흘 동안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에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꼭 넣어달라고 덧붙였다. 뭐 아니라고 하니 믿어주자. 누구나 살다보면 한 번쯤 생각도 못했던 위기를 겪는 법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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