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체국의 전통시장 살리기

국어사전에는 전통적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재래시장’이라고 부른다. ‘예전부터 있어 오던 시장을 백화점 따위의 물건 판매 장소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사전적으로 옳은 표현인 이 말이 요즘은 거의 기피 단어처럼 돼버렸다.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시설 같은 게 노후하다는 느낌을 주어서일까. 그 대신 사전에 나오지 않는 ‘전통시장’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재래시장을 지원하는 법 이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인 서울 천호신시장. 우정사업본부가 개설한 온라인 전통시장관을 이용하면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안방에서 싸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 | 김영민 기자

전통시장이 어려움에 처한 것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와 서민생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은 곧 지역경제의 침체와 서민 삶의 고단함을 말해주는 지표처럼 얘기된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을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펴는 까닭이다.

우체국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선다고 한다. 주제넘은 일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우체국은 기업처럼 사업을 하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국가기관이다. 공익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전통시장이 퇴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유통환경이 변한 데 있을 것이다.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 모아서 싸게 파는 대형마트나 SSM으로 소비자의 발길이 옮겨가고 있다. 대량으로 구매해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유통구조에 전통시장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다행히 우체국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과 우편배달 시스템(택배)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전통시장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다.

대량 주문과 배달이 가능하다면 가격 경쟁력도 생기게 돼 있다. 사실 대형마트나 SSM의 물건이 마냥 싼 것만은 아니다. 생활필수품은 전통시장이 더 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 6월 초 전국주부교실중앙회를 통해 36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비교·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서는 13.0%, SSM에 비해서는 15.1% 정도 오히려 저렴하다.

우정사업본부가 전통시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인터넷 우체국쇼핑(www.ePOST.kr) 안에 별도의 시장을 열었다. 지난 6월 29일 쇼핑몰 안에 개설한 ‘온라인 전통시장관’(mall.ePOST.kr)이다.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수축산물, 생활용품, 의류 등 값싸고 실용적인 인기상품을 모았다.

시장경영연구원이 추천한 상품을 우정사업본부가 일정한 검수 과정을 거쳐 선정했다고 한다. 장을 보기도 편하다. 품목별, 지역별, 전통시장별로 분류해 놓아 둘러보기 좋고 검색을 통해 필요한 상품을 찾기가 쉽다. 결제도 신용카드, 현금, 통장 입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8월부터는 ‘온누리전자상품권’으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우체국스타트체크카드를 이용해 전통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면 이용 금액의 10%(월 최대 1만원)를 돌려받도록 한 혜택을 온라인 전통시장관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7월 10일까지 ‘더블 퀴즈 이벤트’ 등을 열어 접이식 자전거, 음식물 처리기, 은성수연소면, 할인 쿠폰 등의 행운 경품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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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은 전통시장과 인연이 깊다. 전국의 전통시장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을 오래 전부터 판매해 왔다. 주요 우체국은 그 지역 전통시장과 자매결연해서 여러 가지 캠페인도 벌여 왔다. 전통시장이 잘 돼야 우체국도 이득이기 때문에 이런 캠페인이 작위적이지도 않다. 온라인 전통시장관의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그만큼 소포 세입도 늘어난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되는 것, 그것도 궁극적으로는 우정 업무에 해당하는 셈이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