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의 대선이야기]민주통합당 제대로 세게 붙어라

민주통합당 초반 경선이 재미있다. 손학규 전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3파전이 제법 어우러지는 형국이다.

특히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출마선언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감성적 표현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더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유신의 책임자가 아니라 ‘그녀도 피해자’라면서 끌어안아 덮어씌우는 논법을 구사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야권 진보개혁진영에는 매우 낯선 논법이지만 중간층 대중에게는 꽤나 설득력 있는 논법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수도권 중간층, 20·40세대 정치적 부동층을 타깃으로 전략적 행보를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문재인 고문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전 지사.(왼쪽부터)

경남지사직 사퇴서를 제출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박원순 시장의 손을 잡고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한 김두관 전 지사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크게 휘저으면서 움직이는 모습이 그간 응축해놓은 힘을 일거에 쓰는 듯해 보기가 좋다. 그러나 세기가 부족한 것은 여전하다. 안 그래도 경남지사직 사퇴 때문에 배신감과 속앓이에 편치 않은 경남도민과 PK(부산·경남) 유권자들인데 ‘서울로 가는’ 모습이 뭐가 그리 유쾌하겠는가. 경남 사람이 전남 땅끝에 가서 출마선언하는 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대담하고 통큰 행보로 보이겠지만, 아직도 지역연합구도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20·40세대, 중간층, 부동층의 향배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유효하다면 김두관 전 지사는 엉뚱한 데서 헛심을 쓰고 있는 꼴이다.

문재인 고문은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인다. 민주통합당 안에서는 차이가 좀 나는 1위 후보이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대선을 5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박근혜 전 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두 절대강자를 뛰어넘어야 하는 후발주자인 문재인 고문이다. 지나치게 한가해 보이는 지금의 행보를 잘한다 하기는 어렵다. 출마선언도, 선언 후 행보도 특별하게 기억에 남지 않는 가운데 군복 입고 베레모 쓴 문재인 고문의 모습만 클로즈업되는 것은 그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대선주자로서 각인될 만한 사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쟁구도다. 후보들이 각자 뛰는 게 아니라 한 곳을 향해 함께 뛰도록 해야 한다. 경쟁의 역동성을 발판삼아 상승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혼자 있는 안철수 원장보다는 함께 뛰는 3강이 더 가능성이 있다. 지금부터 본선이라 생각하고 외롭게 뛸 수밖에 없는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야권주자들이 해볼 만한 것도 ‘치열한 경선’이라는 ‘플러스’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아닌가.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없는 경선효과가 안철수 원장에게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고성국의 대선이야기

문재인 고문,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전 지사는 성역 없이 경쟁해야 한다. 검증공세와 정책공방은 가능한 한 세게 이루어져야 한다. 후보간 공방을 쓸데없이 자제시키지 말라. 약자들의 자기검열만큼 비참한 것도 없다.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하지 못하고 손들어버릴 요량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할 일이다. 좀 더 치열하게 할 일이다. 치열한 예선만이 후보들의 덩치를 키울 수 있고, 대선판을 키울 수 있다. 누구든 먼저 시작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누가 먼저 기회를 잡을지 지켜보는 손에 땀이 괸다.

고성국<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