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런던올림픽, 두 번의 기념우표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은 대한민국 출범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 수립 전이었지만 총선거를 실시해 헌법을 제정·공포한 뒤인 7월 29일 개막했기 때문에 우리 선수단은 ‘코리아’라는 국호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폐막일인 8월 14일은 우리 시간으로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기도 했다. 신생 독립국가 대한민국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처음 알린 무대가 바로 런던올림픽이었던 셈이다. 당시 발행한 런던올림픽 기념우표는 이런 역사적 의미를 새긴 우정사의 중요한 기록이다.

제30회 런던올림픽 기념우표.

런던올림픽 기념우표는 올림픽 개막 2개월 전쯤인 6월 1일 발행됐다. 남북한 통일정부 수립이 난망한 상황에서 5월 남한 단독선거를 실시한 직후였다. 태극기와 월계수 잎을 디자인한 5원권과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고 성화를 든 선수를 그린 10원권 두 가지를 발행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확정되기 이전이라 ‘조선우표’와 ‘KOREA’를 병기했다.(대한민국이라는 한글 국호를 우표에 표기하기 시작한 것은 그해 8월 1일 발행한 ‘대한민국 헌법 공포 기념우표’부터다. 한 달 전인 7월 1일 발행한 ‘국회 개원 기념우표’에도 조선이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당시 한국 선수단은 7개 종목에 선수 51명과 지도자 및 임원 19명 등 70명으로 구성됐고, 역도 미들급의 김성집과 복싱 플라이급 한수안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64년 후인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제30회 하계올림픽이 런던에서 개막됐다. 한국은 22개 종목에 선수 245명을 포함해 총 374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알리는 데 의미를 두었던 64년 전의 기억은 아득해지고 이제는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해 3회 연속 세계 10위 안 진입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 강국’으로 우리의 위상이 180도 바뀌었다.

948년 발행된 제14회 런던올림픽 기념우표.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의미를 담은 사상 두 번째 런던올림픽 기념우표를 개막일에 맞춰 발행했다. 수영과 양궁을 소재로 한 두 종류다. 배경 이미지로는 런던을 상징하는 런던브리지와 빅벤을 넣었다. 전지에는 런던올림픽 엠블럼과 더불어 마스코트인 ‘웬록’이 태권도·축구·수영·역도를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하나의 삶(Live As One)’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런던올림픽은 여러 가지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런던은 1948년 14회 대회와 이번 30회 대회 외에도 1908년 제4회 대회를 개최한 도시다. 근대 올림픽 사상 한 도시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올림픽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의미는 모든 참가국에서 여성 선수가 출전한 데 있다. ‘금녀의 원칙’을 고수하던 카타르·브루나이에 이어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여성 선수를 출전시킴으로써 사상 처음으로 204개 전 회원국의 여성 선수가 참여한 대회로 기록됐다. 종목에서도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승인됨에 따라 26개 전 종목에서 남녀 모두가 참가하는 첫 올림픽이 됐다. 여성 참여가 아예 금지됐던 제1회 아테네올림픽 이후 116년 만에 완전한 양성평등 올림픽을 이룬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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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인 영국에서는 올림픽 개막식 당일 다이빙·펜싱·육상·사이클 등 4종목을 소재로 한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국영우체국인 로열메일은 2005년 8월 5일 런던이 2012년 올림픽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한 이래 모든 올림픽 종목을 담은 기념우표를 발행해 왔다. 올림픽 기간에도 영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24시간 안에 금메달리스트의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를 발행해 전국 500개 우체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