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의 대선이야기]민주당 경선, 이제 시작이다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이변은 없었다. 순위 발표는 안 했지만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후보 순이었을 것이다. 이변은 없었지만 관심포인트는 몇 군데 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검증이 시작된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최태원 구명 서명’이라는 이슈의 성격상 큰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만 검증이 본격화되면 안철수 원장도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걸 예시해줬다는 의미에서 이번 파동의 상징성은 크다. ‘순백’ 이미지가 진흙탕 싸움에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파동은 후속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예비경선까지만 보면 ‘문재인-부진, 손학규-상승세, 김두관-답보’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에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제가 결합되면 ‘손학규 역전’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문재인 고문(위로부터), 손학규 고문, 김두관 전 지사.

문재인 상임고문의 부진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민주통합당 내 1위 후보였으므로 2위 이하 후보들의 집중공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예고된 공격이었고 예상된 공격 이슈들이었다. ‘참여정부 실패 책임론’, ‘권력의지 부재론’ 등의 공격이 어디 어제 오늘 일이었던가 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고문은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 여유있게 맞대응하지 못했다. 초조한 모습과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실망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고문은 자신이 유일 필승카드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10년 전 천정배 전 의원이 노무현 후보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 ‘단 한 장의 필승카드’가 바로 자신임을 문재인 고문은 입증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위 후보의 대세론’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답보도 뜻밖이다. 좀처럼 뜨지 않는 3위 지지율 때문에 요즘 김두관 전 지사는 만나는 사람들한테 “미안합니다”를 연발하고 있다는데 그런다고 뜬다면 모르겠으되, 그럴 것도 아니라면 이렇게 미안해하며 감정적으로 달려들 일이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잠재력을 갖춘 후보가 뜨지 않고 답보상태에 있다면 김두관 전 지사는 자신과 주변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고답적 접근, 상투적 캠페인,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터무니없는 주관주의가 후보와 캠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상승세의 손학규 상임고문이라지만 이 상승세가 만족할 만한 것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꽤 괜찮은 슬로건으로 평가받는 ‘저녁이 있는 삶’이나, 가장 잘한 것으로 평가받은 TV토론 말고 손학규 고문이 보여준 것이 뭐가 있는가. 혹 손학규 고문의 상승세는 손학규 고문의 선전 때문이 아니라 문재인 고문, 김두관 전 지사의 추락의 결과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성국의 대선이야기

손학규 고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상승세를 잘 유지하는 관리전략이 아니라 문재인 고문을 따라잡고 안철수 원장을 주저앉힐 위력적인 추가상승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민평련 투표 1위’가 이 추가상승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강한 포지티브 캠페인이 필요하다. 안철수 원장의 힐링캠프 출연 효과에 맞먹는 휴먼 이벤트가 필요하다. ‘인간 손학규’가 ‘인간 안철수’에게 ‘까일’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민주통합당 경선은 의외로 잘 어울리고 있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을 스타로 만들어냈듯, 민주통합당은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고성국<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