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의 대선이야기]박근혜 “이대로 이길수 있을까”

‘박근혜 후보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공천비리사건의 충격이 생각보다 큰 데다가 본선 상대로 유력시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 가도 이길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심상치 않다. 뭔가 특단의 조치, 과감하고도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들이 점점 세를 얻어가는 형국이다. 8월 20일이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공식적 타이틀을 얻게 될 박근혜 후보는 과연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을까. 준비하고 있다면 그 승부수는 과연 무엇일까.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

민주통합당은 예비경선 후 한 달여의 휴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순회 경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미있게 된 것은 ‘문재인 답보. 손학규 약진. 김두관 저조’로 표현되는 그간의 경선 양상이 결선투표제 도입이라는 제도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역전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세론을 강조하면서 1차 과반득표를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그의 큰소리에는 전략적 고려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대선 승부를 가를 중간층 공략에는 손학규만한 후보가 없다”는 ‘손학규 필승론’이 좀 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 김근태 의원과 함께해온 개혁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민평련이 손학규 후보를 1위 후보로 지목한 것도 손학규 후보의 상승세에 힘을 붙이고 있다.

검증공세에도 주눅들지 않는 안철수 원장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다. 중앙선관위가 ‘기부행위금지’라는 선거법 조항을 들어 ‘안철수 재단’의 활동에 제동을 걸었으나 정치적으로 보면 이 논란으로 이득을 본 것은 안철수 원장이다. ‘자기 돈 내서 좋은 일 하겠다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 새누리당’이 속 좁은 기득권 정당으로 비칠 것은 불문가지다. 만지면 만질수록 커지는 안철수 원장이다 보니 이를 상대해야 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가 긴장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박근혜 후보에게는 승부수를 준비할 시간이 한 달 정도 있다. 8월 20일 당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9월 23일 만주통합당 후보가 확정될 때까지의 한 달이다. 박근혜 후보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후보 확정이니만큼 8월 20일 당일부터 민생행보와 국민소통행보를 빽빽하게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 후보에게 필요한 건 그런 빽빽한 행보가 아니라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여유 있는 행보다. 소통하러 달려가는 모습이 아니라 소통하기 위해 귀를 열어놓는 모습이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추모식에서까지 근본적 정치개혁을 다짐해야 할 만큼 최근 박근혜 후보의 행보에는 여유가 없다. 이대로 내처 본선까지 달려가는 관성적 행보로 국면을 전환하려 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고성국의 대선이야기

역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핵심이다. 여·야 모두 여기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안철수 원장이 ‘안철수’일 수 있는 이유도 뭣이 됐건 그가 국민의 마음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손학규 후보가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후보를 넘어서는 것도 그들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때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는? 박근혜 후보도 이 철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박근혜 후보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박근혜 후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국면전환의 승부수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고성국<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