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소포가 가장 많았던 날

우정사업본부가 연간 취급하는 우편물은 50억 통에 이른다. 정확하게는 50억 통이 채 못된다. 2000년 출범 당시 45억 통에서 시작해 한때 50억 통을 돌파, 55억 통까지 기록했으나 그 뒤부터는 감소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약 48억 통 정도로 일주일에 평균 1억 통이 안 되는 우편물이 우체국을 통해 접수 및 배달되고 있다.

물론 우편물에는 소포나 택배 물품도 포함된다. 우편법이 규정하는 우편물은 통상우편물과 소포우편물, 두 가지다. 통상우편물은 흔히 말하는 편지(서신 등 의사전달물 및 통화)와 가로·세로·두께의 합이 35㎝ 미만의 소형 포장우편물을 가리킨다. 소포우편물은 가로·세로·높이 세 변의 합이 160㎝ 미만, 무게가 30㎏ 이내여야 한다.

9월 24일, 추석 소포우편물 소통 역사상 하루 최고기록이 나왔다. 162만개였다. | 김창길 기자

최근 우편물과 관련한 신기록이 나왔다. 단기 소포 물량 역대 최다 기록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 지난 추석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인 9월 17일부터 29일까지 1억7000만여 통의 우편물이 소통됐다. 이 가운데 추석 선물 등 우체국 소포가 평소의 2배가 넘는 1180만개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취급한 1054만개와 비교할 때 12.0% 증가한 것이고, 당초 예상(1088만개)보다 100만개 가까이 초과한 수치다. 1180만개의 소포는 한 줄로 늘어놓더라도 서울~부산(경부고속도로 기준 416㎞)을 4.5회 왕복할 수 있는 규모다. 5톤 차량으로는 2만6400대분이다.

이런 엄청난 물량이 단 13일 동안 전국 3700개 우체국이 접수해 25개 우편집중국과 3개의 물류센터를 거쳐 다시 3700개 우체국을 통해 도시, 농촌, 도서, 산간오지까지 착오 없이 배달됐다는 것은 알고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병목이 생기면 자칫 ‘소포 대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우편집중국과 물류센터, 우체국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소통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통제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첨단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우편물류시스템(PostNet)이 그런 역할을 한다. 모든 집배원에게 보급된 개인용휴대단말기(PDA)를 통한 배달업무의 디지털화도 폭주하는 우편물을 적기에 소통시키는 데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첨단 IT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은 초고속 광케이블이나 자동화 기계가 할 수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추석특별소통기간에 1만7000여 집배원 외에 2500여명을 추가로 배치하고 지원부서 인원까지 포함해 총 4만여명을 소통에 투입했다. 하루 평균 2200여대의 차량을 비롯해 각종 소통장비도 총동원했다. 우리가 지난 추석에 집이나 직장에서 받은 추석 선물에 이들의 손때와 땀이 배어 있음을 안다면 그만큼 더 고마운 마음이 들 것이다.

우정이야기 구독

이번 추석에 세운 우편분야의 기록이 또 하나 있다. 특별소통기간 중 소포가 가장 많은 날 162만개가 접수된 것이다. 9월 24일이다. 이는 평소의 3배에 가까운 물량으로 이 또한 추석 소포우편물 소통 역사상 하루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9월 11일부터 24일까지 14일간 실시한 ‘우체국쇼핑 추석맞이 할인 대잔치’ 행사에서도 지난해 550억원보다 15% 증가한 6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명룡 본부장은 “특별소통기간 첫 날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 종사원이 합심해 적기 소통에 노력했다”며 “이번 소통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우편서비스 품질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