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힐링 우체국’의 힐링캠프

한때 웰빙(well-being)이 유행하더니 요즘 힐링(healing)이 대세라고 한다. 힐링은 어떤 말에 붙여도 그럴 듯하게 들리는 마법의 접두어가 돼버렸다. 힐링캠프, 힐링뮤직, 힐링콘서트, 힐링아트, 힐링푸드, 힐링투어…. 이렇게 끝없이 퍼져나가 모든 상품과 행위가 ‘힐링’으로 포장될 지경에 이르렀다. 돈이 된다고 판단한 업계는 ‘힐링마케팅’에 혈안이고, 표가 될 것을 기대하는 정계는 ‘힐링 정치’를 외친다. 대선주자는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며 ‘힐링 행보’에 나서서 ‘국민 힐링’을 다짐할 판이다.

지난 11월 초 강원 횡성 숲체원에서 진행된 우정사업본부의 ‘숲, 힐링캠프’.

이처럼 ‘힐링 세상’이 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킬링(killing) 세상’임을 말해주는 역설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힐링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을 원래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우리말 치유와 통한다. 치료와 치유는 똑같이 병이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이지만, 치유는 치료된 병변을 아물게 해서 회복시키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육체적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낫게 하는 것, 심신의 고통을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신의 평안까지 이룬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세상에 치유할 것이 이렇게 많다면 치유를 말하기 이전에 그보다 더 급한 치료를 먼저 언급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사람이나 사회에 치료가 필요하도록 만든 ‘킬링 요인’부터 제거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지난 11월 1일부터 1박2일간 우정사업본부가 ‘숲, 힐링캠프’를 열었다. 우체국 장애인 암보험 무료 가입 대상자와 가족, 독거노인, 자원봉사요원 등 70여명과 함께 한국녹색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강원도 횡성군 소재 ‘숲체원’에서 벌인 행사다. 숲체원은 해발 920m 정상까지 약 1㎞의 숲 산책로를 12분의 1 이내 경사도의 나무 바닥으로 꾸며놓아 노약자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산책로 곳곳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 가운데 ‘추억의 우체통’이라는 것도 있다. 숲체원의 힐링 경험을 쓴 편지를 이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배달해준다.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 본인에게 쓸 수도 있다. 어떤 힐링을 받았는지 편지로 쓰는 것도, 1년 뒤 숲체원 추억이 담긴 편지를 받는 것도 힐링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힐링 편지’인 셈이다.

이번 ‘숲, 힐링캠프’ 참여 대상은 우체국의 ‘어깨동무보험(2종·암보장형)’ 가입자다. 기업 논리로 보면 고객 사은행사로, 힐링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내용은 그렇지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2001년부터 장애인 전용 보험상품인 어깨동무보험 무료 가입을 통해 생활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암 발병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지원, 지난해까지 2525명에게 총 17억원을 지원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치유 이전에 치료, 치료 이전에 킬링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함께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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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는 저소득 장애인, 불우 아동·청소년,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형 보험상품과 지원사업에 별도의 예산을 배분하고 있다. 김명룡 우정사업본부장은 “우체국이 든든한 지원자가 돼 장애인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숲, 힐링캠프’에 참여한 보험사업과 공익사업 담당 송지은 주무관은 “이번 캠프 참여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향후 (힐링 사업을) 업그레이드해서 확대 시행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