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이젠 편지도 집에서 부치세요

이제까지 편지를 부치려면 우체국이나 우체통이 있는 곳에 직접 가야 했다. 지나는 길에 우체국이나 우체통이 없는 경우 편지 한 통을 부치기 위해 어려운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등기우편을 보낼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우체국에 가야 했다. 일이나 신체조건 때문에 하루 종일 자리를 뜨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편지를 부치는 일이 그날의 중요한 업무 일정 가운데 하나가 됐던 게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올해부터 6대 도시에서 집이나 직장에 집배원을 불러 편지나 등기를 접수하는 국내통상우편물 방문접수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새해부터 서울특별시와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개 광역시에서는 이런 애로가 해소됐다. 우체국 직원이 신청인의 집이나 회사를 방문해 우편물을 접수하는 ‘국내통상우편물 방문접수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이나 우체통이 있는 곳까지 직접 갈 필요 없이 우편고객만족센터(1588-1300)나 인터넷 우체국(www.epost.kr)을 통해 방문접수 신청을 하면 집배원이 찾아와 편지나 등기를 받아간다. 물론 우편요금 외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25g 기준 통상보통우편물은 한 통에 1000원이다.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마을버스로 다녀오는 비용보다 싸다. 10통이면 6000원, 100통이면 1만원, 500통이면 3만원 등으로 숫자가 올라갈수록 단가는 줄어든다. 예를 들면 집이나 회사에서 편지 한 통을 부치려면 우편요금 270원에 방문접수 수수료 1000원이 붙어 1270원, 등기의 경우 우편요금 1900원에 방문접수 수수료 1000원을 합쳐 2900원이 드는 셈이다.

집배원이 신청자의 가정이나 직장을 찾아가 우편물을 수집해가는 우편물방문접수제도를 국내 우정이 시도한 건 오래 전이다. 1986년 3월 당시 체신부는 서울 중구와 종로구에서 우편물방문접수제도를 시범 실시한 뒤 그해 5월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은 DM과 같은 다량 발송 우편물의 접수를 대행하는 수준이었다. 1999년 8월부터는 당시 정보통신부가 소포우편물 방문접수제도를 시행했다. 30㎏ 이내의 소포에 대해 500~1000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집이나 직장에서 부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초부터 국내 우편물에 대한 방문접수제도 시행을 검토해 왔다. 지난해 우편법이 개정되면서 우편시장에 민간 참여 범위가 확대되는 등 국내 우편 환경이 급변한 데다,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민간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CJ대한통운이 통상우편물 배송서비스를 시작했고, 현대 로지스틱스, CJ GLS 등 주요 민간택배사들이 통상우편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통상우편물에까지 보편적 서비스 개념을 넘어 생존을 위한 정글법칙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우편 고객의 요구수준도 높아져 집이나 직장에서도 우편접수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호하고, 이에 부응해 민간회사가 ‘찾아가는 서비스’를 추구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우체국은 민간회사가 추구하는 수익성보다 보편적 서비스와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세금을 축내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우정사업본부가 통상우편물 방문접수제도의 전면 시행에 신중한 까닭이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현재 이 제도는 지역적으로 서울과 5개 광역시로 시험 실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우편물의 경우 소재지 총괄우체국장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이라든가, 특급·내용증명 등 부가취급등기우편물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제약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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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시험 운영에 따른 성과를 지켜본 뒤 방문접수 서비스의 전면시행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비스가 실시되는 6대 도시 주민은 집배원을 집이나 직장으로 불러 편지 한 통 부치는 것에 미안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제도의 빠른 시행과 보편적 우정서비스를 돕는 길이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