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우취인에게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매우 귀한 우표라고 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생존 인물을 소재로 한 인물우표이고, 역대 정부의 성격을 가장 작은 공간에 표현한 역사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17번 발행됐다. 1~3대 이승만, 5~9대 박정희, 10대 최규하, 11·12대 전두환, 13대 노태우, 14대 김영삼,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17대 이명박, 그리고 이번 18대 박근혜 대통령이다. 유일하게 취임 기념우표에 등장하지 않은 대통령은 4대 윤보선 대통령이다. 당시 체신부는 윤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대신 새 정부 수립 기념우표를 1960년 10월 1일 50만장 발행했다. 우표에는 대통령의 얼굴 대신 새 시대를 상징하는 새싹의 형상과 4·19혁명을 암시하는 남녀 학생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았다.

제18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1종 200만장, 시트 1종 20만장, 기념우표첩 1종 1만부가 발행됐다. 기념우표첩(2만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나온 삶을 담은 ‘나만의 우표’와 초일봉투(발행일자의 소인을 찍은 우표를 붙인 봉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김문석 기자

세 차례 발행된 이승만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이 대통령 얼굴이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지도자의 카리스마에 의존한 당시 시대적·사회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다섯 차례 발행된 박정희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인물 이미지에다 국정 목표를 상징하는 도안을 곁들인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5대 때는 지금은 철거된 중앙청 건물을 배경으로 했다. 군정에서 민정으로 전환됐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대 때는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봉황새 문양을 넣었다. ‘조국 근대화’를 외쳤던 7·8대에는 고속도로를 디자인에 포함시킨 것이 눈길을 끈다. 유신 말기인 9대에는 태극기와 대통령 휘장을 사용해 애국심과 권위주의에 의존했던 시대상황을 웅변하고 있다. 유신체제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당선된 10대 최규하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도 무궁화와 태극 모양의 4색 리본의 도안을 채택하고 있어 껍데기만 남은 유신체제를 형상화한 듯하다.

12·12쿠데타와 ‘광주사태’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11·12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도 비슷하다. 11대는 전 대통령 얼굴 뒤에 태양과 공장을 배경으로 벼 이삭과 횃불을 든 남녀의 형상을 디자인했다. ‘새 시대, 새 역사의 횃불’을 표현한 모양이다. 12대는 배경에 3색 리본과 무궁화 문양 안에 공장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13대 노태우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태극기 아래 올림픽 주경기장을 배치한 게 특징이다. 14대 김영삼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태극기 아래 백두산 천지 이미지를 넣어 애국주의와 더불어 민족주의를 표방한 게 이색적이다.

15~18대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도 공통적으로 태극기 또는 태극 문양을 사용했다. 다만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한반도를 중심에 둔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이 대통령의 ‘글로벌 코리아의 일꾼’ 이미지를 은연중에, 또는 의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기념우표의 콘셉트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최초 여성대통령’이다. 온화하고 당당한 모습을 태극기와 함께 간결하고 품격 있게 표현하고, 소형 시트에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광화문 배경과 함께 여성 대통령의 이미지를 담았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통해 이렇게 시대정신과 현대사, 우정사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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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 기념우표의 발행량은 1948년 8월 5일 초대 5만장에서 1981년 12대 1100만장까지 들쭉날쭉하다. 우표는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게 마련이다.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중 현재 제일 비싼 값이 매겨진 것이 가장 적게 발행된 초대 대통령의 것으로, 장당 30만원(액면가 5원)을 호가한다. 가장 많이 발행된 12대 대통령 취임 우표는 400원(액면가 30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참고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504만장, 이번 박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218만장 발행됐다.

<신동호 경향신문 논설위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