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위스콘신대 동문 존재감 ‘눈에 띄네’

박근혜 정부 맞아 정·관계 최대 인맥 부상… 최근 차관급 인사에서도 대거 등용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에 이어 차관급 인사에서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위스콘신대 매디슨) 인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위스콘신대 출신들은 경제 관련 부처 고위 공직자에 특히 많이 발탁되고 있다. 최근에 임명된 차관급 인사 중에서 최종구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정연만 환경부 차관,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김영민 특허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등이 위스콘신대 출신들이다. 현재 경제 관련 부처 국·실장급 고위 공직자들 중에도 위스콘신대 출신이 많다. 앞으로 위스콘신대 유학파들이 고위직에 계속 등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유승민 의원, 최경환 의원, 강석훈 의원, 방하남 장관, 윤상직 장관, 허태열 비서실장.

박근혜 정부에서는 위스콘신대 출신들이 이미 실세로 자리잡고 있다. 친박(박근혜)계 ‘위스콘신대 4인방’이라 불리는 유승민·최경환·안종범·강석훈 의원이 그들이다. 유승민·최경환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의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초선인 안종범·강석훈 의원은 일찌감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만들기 작업을 주도했다. 이들은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경제학) 학위를 받은 ‘순도가 높은’ 위스콘신대 동문들이다. 이들은 지난 1980년대 후반에 위스콘신대에서 호형호제하며 함께 공부했다.

유승민 최경환 등 ‘친박 4인방’ 박사 출신
3선인 유승민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기획예산처 출신인 최경환 의원은 공직에 있을 때 위스콘신대로 연수하러 가서 경제학 석·박사를 따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선후보의 공약을 집대성한 안종범 의원은 성균관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가서 박사(경제학) 학위를 받았으며, ‘박근혜 캠프’의 핵심 멤버였던 강석훈 의원은 위스콘신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안종범·강석훈 의원은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지만 안 의원은 재정학, 강석훈 의원은 금융분야 전문가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전혁 전 의원도 유승민·최경환·안종범·강석훈 의원과 같은 시기에 위스콘신대에서 유학했다. 조 전 의원은 지난해 말까지 위스콘신대 한국총동문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조 전 의원은 “당시 안종범·최경환·유승민 의원 등이 같은 시기에 위스콘신대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친하게 지냈다”며 “위스콘신대에서 같이 공부한 인연으로 안종범·강석훈 의원 등이 뜻이 잘 맞았고 ‘박근혜 캠프’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과정 전공자들이 한국의 대학 동문들처럼 끈끈했다고 동문들은 회고했다. 한국 학생들이 박사과정에 들어오면 연장자가 말을 놓는 등 화기애애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을 같이 하는 등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비로 연수를 갔던 공무원들은 대부분 석사학위만 갖고 돌아왔다. 석사학위는 대부분 행정학 또는 정책학 분야다, 보통 2년 기간으로 위스콘신대로 연수를 갔던 공무원들의 경우 박사까지 따기 위해서는 체류기간을 늘려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 신분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5∼6년 동안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해외에 연수 가서 박사과정까지 밟는 것은 공무원 조직 특성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할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 조직에서 자리를 오랫동안 비우는 것은 본인의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관급 중 허태열 방하남 등은 석사 출신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들 중에서도 위스콘신대 석사 출신들이 많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전 장관도 위스콘신대 석사(공공정책·행정학) 출신이다. 현재 각 부처 실·국장급들도 위스콘신대 출신들이 많다. 1980년대 위스콘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고위 공무원들이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다수 포진해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1월 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종범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미국 중북부에 위치한 위스콘신대에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대거 몰린 이유가 무엇일까. 위스콘신대 동문들에 따르면 첫째, 위스콘신대가 미국에서 ‘톱10’에 들 정도로 명성이 있는 데다, 위스콘신대가 해외에서 유학 오는 공무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스콘신대는 이른바 아이비리그 대학에는 속하지 않지만 경제학·공학 분야 등에서는 미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알아준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위스콘신대를 선호했다고 한다. 위스콘신대 출신인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당시 위스콘신대가 미국의 다른 대학들보다 공무원들이 연수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선배들이 그쪽으로 많이 가다보니까 후배들도 위스콘신대를 많이 선택하는 등 한때 위스콘신대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둘째는 위스콘신대는 학비와 생활비가 미국의 다른 지역 대학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는 이점도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 위스콘신대에 있는 가족 기숙사는 우리나라 유학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49㎡(15평)의 크기로 방이 두 개 있는 가족 기숙사의 한 달 임대료가 15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조전혁 전 의원은 “위스콘신대는 뉴욕보다 학비와 생활비가 매우 쌌던 것이 큰 장점이었다”며 “대학으로부터 장학금 800달러를 받았을 경우 학교등록금을 면제 받으면 생활비로도 사용하기에 충분했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위스콘신대 인맥이 새롭게 부상된 것을 계기로 위스콘신대 한국동문회도 다시 체제를 정비하고 나섰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위스콘신대 한국동문회에 등록된 동문만 1200여명이다. 위스콘신대 총동문회장은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맡고 있으며, 부회장에는 강석훈 의원 등 7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20여명의 운영위원단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총동문회 차원의 행사로는 5월에 가족들도 참여하는 야유회를 갖고, 연말에는 부부동반 송년회도 개최한다. 특히 동문들은 운동 등 취미활동을 즐기는 각종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위스콘신대 동문들은 한국의 위스콘신대 인맥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위스콘신대 출신의 한 동문은 “관료사회 중심으로 위스콘신대 출신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동문들끼리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거나 서로 끌어주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위스콘신대 출신 공무원들도 많지만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대 한국동문회는 이례적으로 홈페이지(wisckorea.com)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동문회는 이달의 동문을 선정하고, 회비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