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독립영화 <자가당착> 만든 김선 감독 “정치인 조롱 무엇이 문제인가”

표현의 자유, 한계와 성역의 경계는

제한등급분류 취소처분 소송 승소. 그와 함께 한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다시 항소했다. 영화는 여전히 볼 수 없다. 김선 감독의 독립영화 <자가당착>이다. 8월 15일 감독을 만나 그의 생각과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영화 전체를 놓고 볼 때 영등위 심의위원들이 지적한 장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던데. 제한상영가를 받으리라 예상했나.
“전혀 못했다. 예를 들어 케이블에서 방영하는 SNL(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같은 프로그램을 보라. 노골적으로 욕을 한다. 실제 인물사진을 붙인 마네킹의 목을 자르는 것이 비호감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엄청난 폭력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풍자의 대상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라고 상영금지 조치를 취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기껏해야 청소년관람불가가 나올 걸로 예상했다.”

[표지이야기]독립영화 <자가당착> 만든 김선 감독 “정치인 조롱 무엇이 문제인가”

국내에선 극장에 걸 수 없는데 일본에서는 개봉했다.
“영화진흥법에 보면 우리나라 심의제도의 목적은 청소년 보호라고 되어 있다. 말하자면 어른들은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어른까지 보호하려 든다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인까지도 어린애로 본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가 근친상간을 다뤘다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동일한 내용을 포함한 <차이나타운>, <올드보이>는 왜 동일한 판정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영등위 심의위원들의 의견서를 보면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과 같은 단서가 눈에 띈다.
“1차 등급판정과 2차의 제한상영가 판정 이유가 조금 다르다. 1차 때는 ‘최고통치권을 음해하려는 시도’ 등을 이유로 든 게 많았다면, 2차 때는 폭력성을 주로 들었다. 되묻고 싶다. 정치인을 조롱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박근혜 후보가 등장한 것은 일종의 컨벤션으로 그 사람의 정치적 행적을 비판하려 했을 뿐 개인에 대한 인간 비하를 시도한 것이 아니다. 문맥을 안 보고 장면만 보는 행위다. 1심 판결문에도 박근혜 후보와 같은 정치적 인물을 통해 현상을 비판했을 뿐 살해의 의도는 없다고 되어 있다.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 건에 대한 영등위의 태도는 안습, 그 자체다.”

영등위가 항소하리라 예측했나.
“사실 예상은 했다. 2주 내에 항소를 해야 하는데 딱 채워서 항소를 했다. 어떻게 보면 영등위로서는 자존심을 건 사투가 된 느낌이다. 나는 개봉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 제한상영가라는 기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행 제도의 모순을 타파할 것이다. 사실, 어쩌다 보니 선봉에 나서게 된 것이지만.”

영등위 쪽에서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반론한다. 이를테면 지난해 개봉한 의 경우 같은 정치풍자였는데도 제한상영가가 아니지 않았느냐는 반론이다. 다시 말해, <자가당착>이 일정한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인데.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명확하다.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으로 사실상 어른도 못보게 하는 영등위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등급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독립영화다. 작은 영화라고 금방 포기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우리는 2심뿐 아니라 최종심까지 갈 각오가 되어 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