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안철수 신당 ‘열풍’ 소멸했나

지난해 말 25.2%였던 지지도 20.2%로 하향세… 민주당과의 격차도 3.3%P로 좁혀져

3월 말까지 창당한다고 선언한 안철수 신당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경향>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한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1월 15~18일 조사, 표본수 1만명)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는 전국 각 지역에서 이전의 여론조사보다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안철수 신당의 정당 지지도는 20.2%로 민주당 지지도 16.9%보다는 높았지만, 불과 3.3%포인트(표본오차 ±1.0%)밖에 격차가 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지지도(46.6%)에는 절반에도 못미쳤다. 지난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안철수 신당의 열풍은 이번 조사에서 감지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지난해 여론조사는 대부분 기존 정당의 지지도를 한 번 묻고 난 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됐을 경우 지지도를 다시 물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한 번의 질문으로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각 정당의 지지도를 물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기존의 여론조사가 또 다른 질문에서 안철수 신당을 강조함으로써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에서 약간의 편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편향 없이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서치뷰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만 19세 이상 휴대전화 가입자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 지지도가 25.2%였고, 민주당은 13.6%(새누리당 41.3%)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12월 말 여론조사에 비해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5∼6%포인트 하락하고 민주당의 지지도가 조금 상승했다.

호남도 심상찮아, 전남선 13.6%P 뒤져
전국 각 지역별로 보면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영남권에서만 두 배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5%포인트 내에서 민주당과 각축을 벌였다.

안철수 신당이 특히 강세를 띠고 있다는 호남권에서도 전북과 광주에서는 같은 수치의 지지도를 기록했으며, 전남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보다 13.6%포인트 높았다.

후보의 구체적인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새누리당과 안철수 신당, 민주당 후보의 3자대결을 수도권과 호남권, 제주도에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와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호남권에서 안철수 신당의 후보는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오차범위(±4.4%) 안에서 우위를 보였고, 전북에서는 11.0%포인트 차로 1위를 차지했다.

서울·경기·인천·제주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고, 안철수 신당의 후보는 대부분 2위, 민주당 후보는 3위였다. 서울에서만 민주당 후보가 2위, 안철수 신당의 후보가 3위를 차지했다.

가상대결로 후보를 구체화한 결과는 또 달랐다. 광역단체장 선거의 가상대결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후보들이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시종 충북도지사, 강운태 광주시장 등 민주당 현역 시장·도지사가 양자-다자 대결에서 높은 경쟁력을 과시했다. 안철수 신당은 3월 말 창당한다는 계획만 밝혔을 뿐 각 지역에서 유력한 후보가 등장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호남지역 광역단체장에 대한 다자 대결에서 안철수 신당의 후보로 거론되는 윤장현 후보(광주시장), 이석형·김효석 후보(전남도지사), 강봉균·조배숙 후보(전북도지사)는 민주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많이 낮았다. 민주당 후보들의 유명세에 밀려 더딘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광주시장 선거 가상대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로 거론되는 윤장현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현 시장인 강운태 민주당 후보와 가상대결을 펼친 결과 윤 위원장은 35.2%의 지지율로 강운태 현 시장(32.1%)과는 오차범위(±4.4%) 안에서 약간 앞선 것으로 드러났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강 시장과 윤 위원장의 가상대결에서는 민주당의 또 다른 유력한 후보인 강기정·이용섭 의원의 지지자들이 윤 위원장을 역선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윤 위원장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만약 민주당의 후보가 정해진다면 안철수 신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지사의 3자대결에서는 1월 17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신구범 전 지사가 경쟁력을 과시했다. 세 당의 유력한 후보 3자대결에서 우근민 24.8%, 고희범 28.7%, 신구범 27.9%로 세 후보가 모두 오차범위(±4.4%)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우근민·김우남·신구범 후보의 3자대결에서는 각각 23.1%, 33.1%, 27.2%로 신구범 후보가 민주당 김우남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후보자 가시화되면 양상 바뀔 수도
호남권의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진원지를 볼 수 있다. 안철수 신당 후보를 주로 지지하는 세대는 광주와 전북에서는 30∼40대였고, 전남에서는 20∼30대로, 주로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녀 선호도에 있어서는 광주에서만 여성들의 안철수 신당 후보 지지도가 높았다. 반면 전남과 전북은 오히려 남성들이 안철수 신당 후보를 더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대별·남녀별 특징은 광주·전남·전북, 세 지역의 정당지지도에서도, 광주시장 선거 가상대결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안일원 대표는 “호남에서는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지만, 올해 들어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민주당 대안세력으로서의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반감돼 민주당 회귀 정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대표는 “다만 지금 안철수 신당의 후보자들이 각 지역에서 구체화되지 않음으로써 실제 후보자들간의 지지도는 아직도 뚜렷한 구도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