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소득절벽]절벽은 높고 정부대책은 멀고

국민연금 등 노후보장체제 실효성 떨어져… 확실한 정년 보장,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필요

50대 중·후반에 닥쳐오는 소득절벽 현상은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노후보장체제가 수령대상과 액수의 한계로 소득불안정에 시달리는 저소득 고령자들에게는 정책의 실효성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3년 OECD 국가들의 평균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54.4%다. 그러나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절반 수준인 25.8%에 그쳤다. 사적연금 가입자의 소득대체율도 21.2%로 국제기구 권고 비율인 40%에 못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적연금의 가입률이 낮은 만큼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영조 보험개발원 고령화대응팀장은 “OECD 등 국제기구는 노후연금이 과거소득의 70~80%를 대체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한국은 이에 못미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어르신 일자리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한 노인이 의자를 받침대로 삼아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년 60세’ 보장이 현실성을 갖추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한 대책으로 거론됐다.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재 정년제를 운영하는 기업 중 실제로 직원들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비율은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8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년제를 운영하는 기업 174곳 중 직원 100%가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기업은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정년퇴직하는 직원이 한 명도 없다는 회사가 전체의 34.5%로 가장 많았고, 10%만이 정년을 채운다는 응답이 27%로 뒤를 이었다. 정년이 있는 기업 중 78.8%가 정년을 채우는 직원이 30% 미만인 기업이었다. 정년제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은 전체의 38.5%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현행 법령이 고령층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묶어두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 격차를 고려하면 비정규직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고령층 노동자들은 제도적으로 저소득 직군에 묶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현행 기간제보호법 시행령은 55세 이상 고령자를 무기계약 전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아파트와 대학, 병원의 청소·경비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각각 92.5%, 78.1%, 49.8%가 55세 이상 고령자였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속 2년이 지나도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지난 18대 대선 당시 공약한 ‘상시 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전환’ 방안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고령층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 직군 가운데에서도 특히 고령층 비율이 높은 청소·경비·식당 등의 업무는 상시 지속적 업무로 분류된다.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 폭넓게 퍼진 간접고용 방식을 전환하면 고령층 노동자의 소득안정성을 높이는 일이 가능한 이유다.

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55세 이상 고령자를 무기계약 전환대상에서 제외한 기간제 보호법 시행령 조항을 삭제하고, 청소나 경비 직군 등 고령자 적합업무는 현실에 맞게 정년을 65~70세로 연장하든가 정년 조항을 없애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는 공약 이행 차원에서라도 직접·간접고용에 관계없이 공공부문의 상시 지속적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