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개인의 정의 구현, 그 딜레마

포스터 = (주) 영화사 진진

제목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영제 Michael Kohlhaas

제작연도 2013년

감독 아르노 데 팔리에르

출연 매즈 미켈슨, 브루노 간츠, 폴 바르텔, 멜루신 메이얀

개봉일 2014년 2월 27일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사법체계의 근간은 개인에 대한 개인의 사적 처벌을 금하는 데서 출발했다. 더불어 시스템이 유무죄의 판단과 격리, 교화 등의 과정을 외부의 간섭 없이 엄정하게 대행할 수 있도록 그 권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완전무결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스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권력이나 지분을 이용해 시스템에 개입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법 테두리 밖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담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사랑받아온 것은 대다수 민중이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웅담들 속에서 우리는 매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모두를 위한 정의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실현되는 정의란 자경단의 소영웅주의와 무엇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 것인가.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16세기 독일의 실존 인물인 한스 콜하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쓴 동명의 소설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영화는 원작소설의 디테일을 담아내는 대신 서사를 최대한 줄이고 과감한 생략과 인상적인 롱테이크 등을 통해 미하엘 콜하스가 겪는 내적 갈등을 포착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미하엘 콜하스는 말 중개상이다. 어느날 말을 거래하기 위해 다른 지방을 찾아가던 그는 새로 임명된 남작이 다리 통행세를 강제 징수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다. 미하엘은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통행세 명목으로 두 마리의 말을 지불한다.

이후 말을 찾으러 남작을 찾은 미하엘은 말의 상태가 형편없이 망가진 것을 발견한다. 이를 항의한 하인은 구타당했다. 국가에 소송을 제기하려 했으나 권세가인 남작의 친척이 이를 무효화시켜버린다.

아예 직접 공주를 찾아가 소송장을 내려고도 해보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내가 살해당한다. 미하엘은 분노한다.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결국 직접 행동하는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사람들을 꾸려 남작의 성을 습격한다. 남작은 도망쳤지만 소기의 복수가 이루어진다. 사연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미하엘의 무리는 거대한 군대를 이루게 된다.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얼마든지 빤한 영웅담으로 각색될 수 있는 여지를 포함하고 있다. 실제 한스 콜하제는 윌리엄 텔과 같이 친근한 영웅으로 사랑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근사하고 역동적인 영웅 서사를 보여주는 대신 미하엘 콜하스가 실현하고자 하는 정의란 무엇이며, 개인이 정의를 구현하고자 할 때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정의라는 개념은 신이 아닌 이상 개인의 가치관으로부터 무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하엘 콜하스는 얼마든지 자신의 정의를 믿고 공주를 해하고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는 영웅이 되는 대신 자신이 믿는 만큼의 신념을 고수해낸다.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그 신념을 고수했기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감당해내는 미하엘 콜하스의 마지막 표정이다. 카메라가 오랜 시간 동안 응시하는 매즈 미켈슨의 표정은 불안과 의심, 미련과 후회, 그러나 마침내 찾아오는 담담함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터치스크린

말 한 마디,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우리는 저 얼굴이 발언하는 것들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연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허지웅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