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개성 뚜렷한 일렉트로닉 록 앨범

요즘은 전기기타가 록 음악의 주연인 시대는 아니다. 수년 전부터 전자음이 히트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이래 수많은 록 뮤지션이 일렉트릭 기타 대신에 신시사이저를 앞장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바다, 조용필, 블랙홀 같은 거장 로커들 또한 전자음을 선두에 배치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어느덧 신시사이저는 록의 친근한 동행자가 됐다.

이를 최근에 갑자기 일어난 새로운 경향이라고 할 수는 없다. 1960년대 말에 발아한 크라우트 록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는 뉴웨이브, 신스팝을 통해 록은 전자음과 친목을 다져 왔다.

이후 영미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일렉트로니카와의 퓨전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짐으로써 두 장르는 꾸준히 긴밀하게 어울리는 중이다.

일렉트로닉 록 밴드 루디스텔로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일렉트로닉 록을 자신들의 주요 어법으로 삼은 밴드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일렉트로닉 록을 지향하는 두 밴드 홀로그램 필름(Hologram Film)과 루디스텔로(LudiSTELO)가 동시에 정규 데뷔 앨범을 발표해 마니아들에게 흐뭇함을 안겼다.

언뜻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각자의 개성이 명확한 이들의 음악은 국내에서도 일렉트로닉 록 스타일이 성장 및 다변화하고 있음을 일러준다.

홀로그램 필름의 데뷔 앨범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는 제목에 명시한 것처럼 거친 사운드가 압권이다. 다수의 곡에서 전기기타는 디스토션 효과를 입어 사납게 연주되고 신시사이저는 묵직한 고음을 내며 등장해 공격성을 보강한다. 두 악기가 지닌 고유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저돌적인 소리 덕분에 활력이 시종 유지된다. 생동감은 곧 흥겨움으로 이어지니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 하는 마력을 보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홀로그램밴드

이들은 귀에 잘 익는 멜로디를 짓고 알차게 곡을 꾸미는 데에도 재능을 드러낸다. 스캣이 들어간 후렴으로 합창을 인도하는 ‘세이 더 트루스’(Say The Truth), 기타와 신시사이저, 드럼, 코러스의 진행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 ‘울프’ 등으로 그 능력을 환하게 전시한다. 또한 대부분 곡에서 명료한 루프를 들려줘 장점을 강화한다.

루디스텔로의 1집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는 전자음을 도입하는 데 홀로그램 필름보다 더 적극적이다. 전기기타는 균일하게 병행된다기보다 거드는 수준으로 나와 철저히 신시사이저가 중심이 된 음악을 들려준다.

스트레이트하면서도 강렬하지만 겹겹이 층을 낸 신시사이저 편성, 상승과 하강을 잇는 전개는 곡을 입체감 있게 느껴지도록 한다.

전자음이 모든 면을 장식하고 있음에도 그런지, 사이키델릭, 헤비메탈의 기운을 고르게 품은 ‘서머 힐’(Summer Hill), 포크 록에 앰비언트를 접목한 ‘플레이 디 에어’(Play The Air)처럼 여러 노래에서 다채로운 결합을 행해 앨범은 더욱 흥미롭다. 멤버들이 말레이시아, 프랑스, 제주도 등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제작됐기에 선율과 리듬 외에 특정 분위기를 소개하는 것 같은 공간감을 내보이는 점도 팀을 돋보이게 하는 특성이다.

문화내시경

춤추기와 감상에 모두 적합한 음반이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