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지방선거 5대 관전 포인트

대통령 지지율, 정당 지지율, 이슈 영향력, 세대간 투표율, 40대 득표율이 판세 가르는 변수

지난 2011년, 강력한 지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했다. 지진 후에 발생한 해일로 무려 2만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자연재해 앞에 희생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지진은 후쿠시마 원전을 초토화시켰고 결국 방사능 유출로 이어졌다. 거대한 재해 앞에 무너진 것은 비단 건물과 도로뿐만이 아니었다.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된 갖가지 비리가 노출되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간 나오토 총리와 민주당 정권도 결국 함께 침몰했다. 자민당의 오랜 일당 독주에 실망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안고 탄생한 것이 일본 민주당 정권이었다. 하지만 국가지도자의 위기관리능력 부재와 원전 관련 각종 비리가 쏟아지면서 도로 자민당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의 발생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철저한 예방과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아직 대한민국의 눈시울은 뜨겁기만 하다. 슬픔의 크기만큼이나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2014년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 파장이 크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지방선거 판세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변수는 무엇일까. 선거는 구도, 정책, 인물에 의해서 결정된다.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대통령 지지율, 정당 지지율, 이슈 영향력, 세대간 투표율, 40대 득표율로 나눌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 50% 이하면 야권 승리
대통령 지지율이 50%대 후반보다 높은 고공행진을 할 경우 ‘정권 심판’ 요구는 줄어들게 된다. 세월호 사고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중후반까지 추락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50%보다 낮을 때는 야권 승리로 끝이 났다.(그림1)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한 포괄적인 책임에 직면해 있다. 만약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대에서 유지된다면 집권여당 후보에게 그다지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향 애도 인구가 끊이질 않고 국가 안전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사고’ 이전 지지율 고공행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보다는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정당지지율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과 동시에 새누리당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렇다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아니다. 어느 후보나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늘어난 상태이다. 하지만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났던 두 정당의 지지율은 ‘세월호 사고’ 이후 그 격차를 좁혀가는 추세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격차보다는 낮아질 전망이다. 야권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2010년 지방선거 때의 오차범위 내 격차 정도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그림2)

선거 결과를 좌우할 세 번째 포인트는 정책이슈다. 이번 선거는 애당초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민생’이라고 말할 뿐 이슈가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인해 ‘안전 한국’ 이슈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이번 선거는 말그대로 ‘안전의, 안전에 의한, 안전을 위한 선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지역별로 조사해보면 대체적으로 야권에게 유리한 여론을 나타낸다.(그림3)

사고 이전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높았고 여권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위기 대응 능력과 공공분야 관리 기능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야권이 반사이익을 직접적으로 누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불리했던 판세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30 투표율과 40대 표심이 중요
네 번째 고려할 포인트는 투표율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어떻게 될 것이고 여야의 이해득실은 어떻게 나타날까. 투표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선거에 대한 관심도, 2030세대의 투표 적극성, 이념성향별 결집 정도 등을 들 수 있다. 지방선거의 관심도는 대선과 총선에 비해 떨어진다. 관심도가 높은 광역단위부터 현저하게 무관심해지는 기초단위까지 투표의 복잡성과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한다. 2030세대를 위한 맞춤형 정책이 크게 고려되지 않는 것이 지방선거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세월호 사고’로 2030세대의 반정부 성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때만큼 2030세대의 ‘분노’가 투표열기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지난 대선 투표율 상승의 견인차는 이념성향별 결집 정도였다.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립이 있을 경우 선거의 박빙 승부 상황에서 투표적극성이 상승한다. 하지만 조용한 선거, 애도하는 분위기 속의 이번 선거에서 극한 이념대립 구도가 만들어지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투표율은 선거 무관심이 극에 달했던 2002년(48.8%)과 무상급식 이슈로 정리된 2010년(54.5%) 선거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율이 낮더라도 선거 결과는 전체 투표율보다는 세대 투표율에 달렸다. 2030세대 투표율이 1998년 지방선거(진보성향의 여권 승리) 수준에 이른다면 수도권 지역에서는 야권에 유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거 결과에 중요한 포인트는 40대 표심이다. 유권자 인구 비율에서 2030세대의 비율보다 50대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2030세대의 투표율을 감안할 때 고령자 비율의 증가는 보수 쪽에 유리한 선거국면을 의미한다. 결국 후보자의 당락은 40대 유권자가 어느 쪽의 손을 얼마나 높이 들어주느냐에 달렸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러한 상황을 고스란히 설명해주고 있다. 선거 20여일을 앞두고 실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 결과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40대 표심을 장악하고 있다.(그림4)

‘세월호 사고’ 이후 40대 학부모 표심이 작동한 결과다. 2014년 지방선거의 승패는 40대 학부모 표심에 달렸다는 분석이 시간이 갈수록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