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벌어지는 서울, 요동치는 경기, 초접전 인천…수도권 승패 ‘세월호 민심’이 말한다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 6ㆍ4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는 역시 정몽준-박원순의 서울, 남경필-김진표의 경기, 유정복-송영길의 인천이다. ‘앵그리 맘’ 등 세월호 참사에 따른 표심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6·4 지방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5월 15∼16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수성과 탈환을 자신하며 사활을 건 싸움에 돌입했다. 지방선거 최대의 승부처는 역시 수도권이다. 우리나라 정치·경제의 중심지이자 유권자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서울 등 수도권이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지 오래다. 여기에 이슈 민감도가 강한 수도권에서 세월호 참사 여파가 어떻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요 변수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 박민규 기자(왼쪽)·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 정지윤 기자

수도권에서는 여야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득표율 5% 이내에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에서는 정몽준 후보(새누리당) 대 박원순 후보(새정치연합), 경기도에서는 남경필 후보(새누리당) 대 김진표 후보(새정치연합), 인천에서는 유정복 후보(새누리당) 대 송영길 후보(새정치연합)가 맞붙는다. 물러설 수 없는 ‘용호상박’의 수도권 전쟁에서 어느 당이 2승1패를 하느냐, 아니면 3승으로 싹쓸이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차범위였던 격차 갈수록 박원순으로 기울어
서울시장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최근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 후보는 5월 13일 방송에 출연해 “(박원순 시장은) 시민단체를 하면서 감시를 하고 잔소리를 주로 했지 직접 커다란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은 없다. 감시는 잘하지만 서울시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서울시장을 하려면 시민의 삶과 서민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며 응수했다. 양측은 세월호 참사국면을 감안해 “조용하고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지만 선거 초반부터 기선 잡기에 나선 것이다.

‘세월호 심판’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서울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두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정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에 12∼13일에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와 정 후보의 지지율은 53.3% 대 32.9%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박 후보를 48.5% 대 45.5%로 3%포인트 앞섰지만 한 달 만에 20.4%포인트 차로 역전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국면에서 터져나온 정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에 이어 부인이 “아들 발언이 시기가 안 좋았다”고 하는 등 가족들의 잇단 말실수가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철없는 아들을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서울시민의 반응은 아직까지 냉담하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안전 이슈가 부각되면서 당초 정 후보가 선거 이슈로 끌고가려 했던 도심 개발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재추진을 더 이상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는 것도 정 후보에겐 마이너스 요인이다. 새누리당은 ‘정몽준-김황식-이혜훈’의 3자가 벌이는 경선효과를 기대했으나, 경선과정에서 정 후보와 김 후보가 네거티브로 일관함으로써 이른바 ‘이벤트 효과’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으며, 다시 역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보수진영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정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작한 역사 관련 연구소(역사문제연구소)가 우리나라 좌편향 교과서의 본류라고 생각한다”고 색깔공세를 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박원순 후보는 지난 2년여 동안 서울시정을 무난히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핵심 지지층 역할을 했던 20∼40대가 다시 돌아온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민정치컨설팅’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사실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의 근거가 부족했다”며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박근혜 정부 심판론에 대한 필요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박 시장 캠프에서는 이번 선거를 ‘재벌’(정몽준) 대 ‘서민’(박원순)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박 후보의 동선도 ‘친서민적 이미지’ 쌓기에 맞춰져 있다. 박 후보의 캠프는 광장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한 종로5가의 한 낡은 건물에 차려졌다. 박 후보는 후보등록 첫날인 15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6000원짜리 순대국밥을 먹으며 주인 아주머니와 덕담을 나눴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자리는 유력 대권주자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선거 후에 차기 대권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반 남경필 우세 속 김진표 맹추격
세월호 사고의 진원지인 경기지사 선거는 여야가 기존과는 다른 후보 조합으로 맞서고 있다. 보수진영의 새누리당에서는 개혁후보를, 진보진영의 새정치연합은 중도성향의 후보를 내세워 서로 상대진영의 ‘땅따먹기’에 들어갔다. 남 후보는 새누리당에서 개혁적 쇄신파로 불리고 있으며, 경제부총리를 지낸 정통관료 출신인 김 후보는 국정운영의 경륜을 트레이드마크로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왼쪽)·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 | 연합뉴스

양측의 이념성향이 뚜렷하게 대비되지 않음에 따라 남 후보와 김 후보는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남 후보는 어떠한 재난에도 5분 안에 대응하겠다는 재난안전시스템 구축을 제1공약으로 내세웠고, 김 후보는 2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으로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유권자들이 어느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지지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컨설팅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남경필 후보와 김진표 후보를 볼 때 성향이 뚜렷하게 대비되지 않고 오히려 비슷하다”며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여야가 과거와 같이 색깔론을 들고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도에서는 전 지사들이 여야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남 후보는 현 김문수 경기지사로부터 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남 후보는 경기지사 출마선언 직전에 김문수 지사를 찾아가 조언을 받는 등 김 지사와 친분이 두텁다.

김 후보는 경기지사를 지낸 손학규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손 고문은 7월 재·보선 때 수원지역에서 출마하기 위해서는 김 후보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가장 조용한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지역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도시인 안산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저돌적인 공격보다는 아웃복싱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남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안산에서는 선거의 ‘선’자도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안산 등 주변 지역에서는 확성기 사용 등 소리 나게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남 후보가 김 후보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남 후보의 대세론에 밀려 한때 20%포인트 이상 뒤졌던 김 후보는 최근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지지율 격차를 점차 줄이고 있다. 세월호 심판론이 경기도까지 삼킬 경우 선거 판세는 예측불허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 후보는 38.3%로 김 후보(30.0%)를 8.3%포인트 차로 앞섰다. 지난 3월 중순 매일경제가 매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 후보가 44.1%, 김 후보가 26.9%였던 것과 비교하면 표심에 큰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후보는 지역구(수원)도 같고, 고등학교(경복고등학교)도 같고, 교회(수원중앙침례교회)도 같다. 같은 듯 다른 두 후보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관심거리다.

송 ‘현역 프리미엄’ 유 ‘실세 프리미엄’
여야의 수도권 승패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인천시장 선거판세는 갈수록 안갯속이다.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와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 연합뉴스(왼쪽)·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 경향신문 자료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 후보와 송 후보는 각각 40.1%, 39.1%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인천시장 선거는 송 후보의 ‘현역 프리미엄’과 유 후보의 ‘여권 실세 프리미엄’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9∼10월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인천은 송도신도시와 도심재개발, 그리고 부채 문제가 선거 이슈로 부상되고 있다.

두 후보는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한편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유 후보는 최근 “인천의 부채가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3조원”이라며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당선된 송영길 시장이 오락가락 행정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송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최측근이다. 유 후보 측은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박근혜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 유 후보가 직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다는 점과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송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부도위기의 인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호소하고 있다. 송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전임 정부가 만들어놓은 부채와 엄청나게 벌려놓은 사업들, 그리고 연평도 포격사건에 이르기까지 전쟁을 치른 기분”이라며 “이제 인천시가 정상궤도에 진입한 만큼 인천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와 경제수도 완성을 위해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말했다. 송 후보 측은 또한 이번 선거가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무능 정권’ 심판 선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송 후보는 시정 만족도 평가에서 뚜렷하게 ‘잘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아킬레스건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수도권에서는 인천이 여야 후보들 중 누가 승리한다고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지역”이라며 “결국 인천 시민이 과거보다는 앞으로 4년 동안 누구한테 시정을 맡기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장 선거는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여야 공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