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경찰서 폭행’, ‘비봉지구대 소장.’ 지난 5월 28일 실시간 검색을 휩쓴 단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발단은 경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한 시민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경위를 올리면서다. 글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글을 올린 이는 술을 마셔 부인이 운전을 했고, 집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있는데 경찰관이 다가와 다짜고짜 반말로 “음주운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경찰이 계속 추궁하다 결국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경찰은 인근에 있던 다른 경찰관 3명을 불러 수갑을 채우려 시도했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누리꾼이 증거로 제시한 사진 | 보배드림
주변의 만류로 경찰은 돌아가려 했지만, 아이와 아내가 보는 앞에서 제압당한 글쓴 이는 경찰차에 올라탔다. 따지러 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경찰이 “정년 2~3년 앞둔 분이고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회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글을 올린 이는 몸싸움 과정에서 난 상처를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진주경찰서 게시판이 폭발했다. 수백건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이튿날인 5월 29일, 진주경찰서장의 입장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것은 5월 26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민원인과 해당 경찰의 당시 상황에 대한 주장이 달라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은 어떻게 다를까. 기자는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보배드림) 게시판에 폭행당했다는 당사자가 글을 올린 직후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이메일은 그냥 돌아왔다. ‘존재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메일’이라는 것이다. 사건과 관련해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지만 “폭행당했다는 측”의 주장을 담은 기사는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게시자는 자신이 올린 글을 삭제했다.
5월 29일, 진주경찰서 감사과에서 청문을 실시했다. 진주경찰서 관계자의 말. “서로 먼저 욕설을 했다고 합니다. 경찰관은 그래요. 상대방이 담벼락에 소변을 보면서 ‘뭘 봐’ 이렇게 말했다는데 그걸 본 사람은 없으니…. 뒤에 온 경찰은 연락받고 달려온 사람들이고.” 그런데 ‘민원인’이 올린 글에 따르면 목격자가 있지 않나. 민원인의 부인과 어린 자녀다. “어쨌든 가족들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우려고 시도했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분명 과도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5월 30일 서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낸 것이고.” 이 관계자는 당시 정황을 이렇게 덧붙여 설명했다. “4교대로 일하는 팀장(경위)인데 정년을 앞둔 분인 것은 맞습니다. 일은 열심히 하시는데 상당히 왜소한 분이에요. 반면 민원인은 덩치가 큰 편이고…. 위압감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다시 상급기관인 지방경찰청의 청문과정을 밟고 있다.
‘담벼락에 소변’ 이외에 애초 알려진 상황과 다른 것이 하나 더 있다. 민원인은 보배드림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13분 전에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먼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진 까닭이다. 아직 사건의 전말은 드러나지 않았다. 뭔가 씁쓸한 건 경찰과 관련해서 누가 유사한 사건을 겪는다면,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것이 직빵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건이 남긴 교훈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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