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원전마피아 수사 몸통 소식이 없네

수사단 설치 후 1년 간 153명 기소… 한수원 전 사장ㆍ한전 전 부사장

거물급 포함 불구 MB정권 실세까진 손 못 대

2013년 5월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원전 1·2호기 등에 들어간 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을 발표했다. 원자력산업계 주변에서 말로만 떠돌던 ‘원전 마피아’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 시험성적서 위조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수사단이 설치된 이후 기소된 인원은 153명, 구속 인원만 72명에 달했다. 전국 7개 검찰청에서 수사한 원전비리 관련 기소자까지 더하면 200명을 훌쩍 넘어선다.

검찰에 따르면 아직도 시험성적서 위조 정황 때문에 수사대상으로 파악되는 건수만 1100여건에 달한다. 한수원을 통해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만 추려도 이 정도인데, 잇따른 제보와 인지 수사를 더하면 수사규모는 더욱 커진다. 만 1년을 지난 원전비리 수사가 올해를 넘겨서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기 53명의 수사인력으로 시작된 수사는 현재까지도 33명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원전비리를 유형별로 보면 납품을 보장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입찰과정에서 담합을 통해 납품실적을 나눠먹기하는 등의 납품비리로 98명(구속 43명)이 기소돼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저급 혹은 규격미달의 부품으로 바꿔치는 등의 품질 관련 비리로는 50명(구속 25명)이 기소됐다. 관련기관 내 인사청탁 과정에서의 금품수수에도 5명(구속 4명)이 연루됐다.

이들은 ‘원전 마피아’라는 표현에 걸맞게 한수원을 비롯해 검증기관인 한국전력기술, 그리고 부품 제조업체와 시험업체에 이르는 업계 전 영역에 포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비리수사단이 기소한 153명 중 한수원과 한전기술, 한전KPS 임직원만 해도 전·현직을 포함해 50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 가운데는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이종찬 전 한국전력 부사장, 이청구 한수원 부사장 등 거물급 인사들도 대거 포함됐다.

원전비리가 지난 이명박 정권의 ‘몸통’에 대한 수사와 연결될지를 두고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원전비리로 인한 구속 대상에 포함됐다. 먼저 터졌던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박 전 차관은 만기를 하루 남겨둔 5월 14일 원전비리 항소심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당초 박 전 차관과 함께 의혹이 집중된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서는 원전비리수사단이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며 검찰 수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기소인원은 많지만 그만큼 원전 마피아의 실체에 칼날을 들이댔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징역 7년형, 핵심 인물인 송모 부장이 15년형을 선고받는 등 관심도가 높은 재판에서는 비교적 높은 형량이 선고됐지만, 일괄 사표를 낸 한수원 간부 179명 중 사표 수리는 물론 추가 감사나 조사 대상에 오른 인원은 전무했던 까닭이다.

연루된 업체들은 원전비리 수사 이후 영업에 철퇴를 맞았다. 부품 시험업체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새한티이피는 8억여원의 빚을 연체한 상태로 부도를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영업이익의 절반 가까운 1억3300만원을 접대비로 지출하는 등 다방면으로 청탁에 나섰던 임원들은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불량 제어케이블을 납품한 부품 제조업체 JS전선의 경우 모그룹인 LS그룹의 결정에 따라 약 30% 정도의 소액주주 주식보유분을 사들인 뒤 청산절차를 밟았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