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친환경 무상급식 탄력 받는다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으로 ‘친환경’ 기준 강화 예상…

고교무상급식 확대는 예산확보 숙제

6·4 지방선거의 결과로 진보 교육감 시대가 활짝 열렸다. 17개 광역 시·도 교육감 중 13곳에서 진보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판 여론이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확실하게 작동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친환경 무상급식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무상급식은 이미 대세로 굳어져가는 양상이다. 2010년만 해도 초·중·고등학교 무상급식 실시 비율은 23.7%에 불과했지만, 4년이 지난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1만1483개 초·중·고교 중 72.7%에 해당하는 8351개 학교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배 이상 무상급식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친환경 급식 관련 단체 회원들과 농민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4년 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만 무상급식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대구, 대전, 울산 등 일부 보수 교육감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초·중·고 무상급식 비율이 이미 70%를 넘겼다.

조희연, 무농약·무방사능·무GMO 약속
특히 충남, 충북, 제주, 경남 등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기준으로 무상급식 비율이 75%를 넘었다. 이번 선거에서 이 지역 교육감은 모두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됐기 때문에 이후에도 친환경 무상급식 비율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교육감을 지지했던 사람들 역시 무상급식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를 지원했던 한 보수단체 인사는 “이제 와서 당장 무상급식을 철회하자는 말은 아니다. 교육재정에 한계가 있으니 무상급식 확대를 재고해보자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조전혁 캠프 관계자 역시 “경기도는 현재 중학교 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애초에 우리의 취지는 무상급식을 되돌리자는 게 아니라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품질 높은 급식을 실시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기간 중 ‘농약급식’ 논란이 일었던 서울의 경우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이 이미 핵심공약 중 하나로 무농약, 무방사능, 무GMO 친환경 급식(3무급식)을 내건 바 있다. 또한 당선 직후 조 당선인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게 국민들의 뜻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곳은 부산과 인천이다. 두 지역 모두 2010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당선됐으며, 중·고교 무상급식 비율이 0%에 가깝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두 곳 모두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김석준 부산교육감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중학교까지 친환경 의무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급식비 분담에 동의하는 기초단체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해 최대한 추가 재정소요를 줄일 계획이다.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인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중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미래는 고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 올 3월 현재 전북, 전남, 경남, 강원 등에서만 일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고등학교는 초·중학교와 달리 의무교육이 아니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높은 고등학교 수업료를 감당해야 한다. 사립고등학교의 경우 적게는 연간 수백만원, 많게는 연간 2000만원이 넘는 수업료가 들어간다. 공립 일반계 고등학교의 경우 연 150만원가량의 수업료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교육에 있어서는 무상급식보다는 의무교육화와 무상교육이 앞선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당장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9월 내놓은 ‘고교 무상교육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최소 3조5000억원에서 6조10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현재의 세입 상황으로는 공약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 역시 이런 고민 때문에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저가 경쟁입찰보다 공공조달” 목소리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인의 경우 5월 23일 친환경 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와 정책협약식을 갖고, 도내 초·중·고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초·중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고등학교 무상급식 확대를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이재정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범 교육평론가는 “재정이 허락한다면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할 생각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나온 고등학교 무상화 방안이 시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에 맞춰 세부 계획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 당선인 등 일부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은 고교 무상급식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배옥병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대표는 “지금 당장은 고교 무상급식이 어려워 보이지만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며 “지방선거에서 고교 무상급식이 이슈화가 됐을 경우 고교 무상교육 실현도 빨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문용린 서울교육감 시절 서울시교육청은 친환경 식자재 비율을 70%에서 50%로 낮추고, 급식업체 선정방식을 경쟁입찰로 변경했다”며 “아이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해서는 저가 경쟁입찰이 아니라 시와 교육청이 책임지는 공공조달 형태로 식자재를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