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SBS 일베’ 논란 지속되는 까닭은

“아휴.” 기자와 통화한 SBS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 두 번은 할 말이 없어요. 이미지를 갖다 썼기 때문에 부주의로 인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지 않나요.”

6월 20일 오후, SBS가 다시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한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SBS 일베색히 또 시작했네요.jpg’라는 제목의 캡처 사진이 올라온 시간은 오후 12시 2분. 사진은 순식간에 1만회 조회를 돌파했다.

사진을 보면 브라질 리우의 팔 벌리고 서 있는 그리스도상 그림이 자막과 함께 붙어 있다. 그런데 이 그리스도상의 얼굴을 확대해보면,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얼굴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른바 ‘노알라’를 닮았다는 것이다. 누리꾼이 캡처한 사진만 보면 검은 코 등이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6월 20일 오후 일베 회원이 만든 스케치 의혹이 제기되었던 SBS ‘일단띄워’ 자막 캡처 이미지. | mlbpark

방송사 중에서 유독 SBS가 일베 관련 ‘스캔들’에 시달린다. 앞의 SBS 관계자가 말한 두 번의 경우란 일베 회원이 제작한 일베를 상징하는 ‘ㅇㅂ’를 끼워넣은 연세대 로고가 뉴스에 사용되었던 사건과 이번에 논란이 된 ‘노알라’ 이미지가 워터마크로 들어간 그래프 이미지가 자료사진으로 여과 없이 방영되었던 사건을 말한다.

논란이 되었던 이미지를 찬찬히 뜯어보면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만약 작정하고 일베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그 예수상의 손가락 모양을 일베로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일베 사이트에서도 “저게 우리가 한 게 맞느냐”며 논란이 되었다.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되었다.

오후 3시 53분, 해명 글이 올라왔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프로그램 삽입 이미지를 의뢰했고, 이미지를 최대한 기존 작가 작품의 이미지나 기법대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작가는 평소의 스타일대로 작업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본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돼 매우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명 글과 함께 제시한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면 확실히 이번에 논란이 된 ‘리우 그리스도 삽화’와 스타일 상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결국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셈’이다.

SBS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쉽게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해명 글에 대한 반응을 보면 “보면 볼수록 SBS 예수상은 노무현을 비하한 일베 노알라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는 의심을 꺼내는 누리꾼도 많다. “작가가 처음부터 일베충이었던 것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글쎄, 그건 오버다.

언더그라운드. 넷

기자는 이른바 ‘일베용팝’ 논란이 벌어졌던 크레용팝 소속사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일베에 가입해서 활동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기사가 나간 뒤에도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한 번 만들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베 회원들로서는 즐거운 일일지는 모르지만, 관련이 없는데도 얽힌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