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재회한 왕년의 커플들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다. 이들은 자고 나면 새 작품이 쏟아지는 전쟁통의 드라마 왕국에서 신화를 만들었다. 애절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고, 충청도 사투리 열풍을 이끌었으며, 일본 시청자들까지 공략하며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이 주인공들이 짧게는 7년, 길게는 12년 만에 다시 뭉친 것이다.

가장 먼저 돌아온 커플은 이준기와 남상미다. 2007년 MBC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6월 25일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로 재회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에서 이준기와 남상미는 원수지간으로 얽힌 첫사랑 연인으로 나왔다. 연인인지 원수 집안의 사람인지 분간할 수 없는 관계로 애틋함을 만들어냈다. <조선총잡이>로 조선으로 간 두 사람은 훨씬 유쾌해졌다. 이준기는 조선의 마지막 검객으로 등장하고, 남상미는 호기심 많은 남장여인으로 나와 티격태격한다.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 MBC제공

남상미는 제작발표회에서 “7년 전에는 둘 다 너무 어려서 그런지 서로 연기하기 바빴다면, 지금은 장난도 많이 치고 촬영이 한결 여유롭고 즐겁다”며 “마치 오누이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화 <왕의 남자> 때부터 사극 최적화 연기를 보여줬던 이준기의 실력은 여전하고, 경쾌와 발랄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낸 남상미의 연기력이 잘 결합됐다. 시쳇말로 케미가 돋는다.

장혁과 장나라는 유쾌했던 순수 커플의 성장기를 보여준다. 2002년 SBS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함께했던 두 사람은 7월 2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로 다시 만난다. 1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풋풋한 20대였던 두 사람도 30대가 됐고, 장혁은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 때문일까.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생면부지 남녀가 임신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성인’ 로맨스를 그린다. 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서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던 장나라는 임신이라는 뜻밖의 초강수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SBS <유혹> | SBS 제공

‘한류 커플’ 권상우와 최지우도 11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춘다. 2003년 SBS <천국의 계단>의 주인공이었던 두 사람은 7월 14일 방송되는 SBS 월화드라마 <유혹>에서 다시 만나는데, 처지는 역전됐다. <천국의 계단>에서는 권상우가 재벌 후계자로, 최지우가 천애고아로 등장했었다. 이번에는 권상우가 명문대에 진학한 수재지만 빚 때문에 갈등을 겪는 남자로, 최지우는 능력 있는 그룹 CEO로 나온다. <유혹>은 벼랑 끝에 몰린 남자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생기는 일을 담게 된다. <천국의 계단>에서 권상우가 했던 유명한 대사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가 실현되는 느낌이다. <천국의 계단>은 두 사람을 한류스타로 끌어올렸고, ‘아베마리아’ 같은 OST까지 유행시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뎡서야(정서야)” 같은 발음 논란만 겪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재회는 영광의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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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익숙함에서 오는 화학작용을 재회의 장점으로 꼽는다. 남상미와 다시 만난 이준기는 “남녀배우가 친해지는 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는데, 그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편하고 익숙한 사람과 연기할 수 있어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리 편해도 성적이 부진하면 재회는 악연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