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수도권·충청권 이번엔 승부 날까

7·30 재·보선 5대 관전 포인트… 새누리당 의석 과반수 목표, 새정치연합·정의당 등 야권연대 최대 변수

7·30 재·보궐선거는 무승부로 끝난 6·4 지방선거의 연장전이다. 오는 2016년 총선 전에 치러지는 전국적인 마지막 선거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점이 많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상징성과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공천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강한 대립구도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제3당인 정의당도 당의 간판스타를 총동원해 한 석이라도 건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번 재·보선의 5대 관전포인트를 알아본다.

서울 동작을은 서울의 유일한 재·보선 지역으로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새누리당의 나경원 후보와 새정치연합의 기동민 후보,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맞붙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둘러싼 나 후보와 기 후보의 인연이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7월 13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 김기남 기자

1. 나경원 대 박원순의 리턴매치?
나 후보는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완패했다. 기동민 후보는 박 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나 후보로서는 기 후보에게서 박원순 시장의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대표는 “기동민을 살려야 박원순을 살릴 수 있다”며 박원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 후보는 선거 로고송으로 ‘흔들리는 우정’을 선택했다. 20년지기였던 기동민 후보와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 사이에 벌어졌던 공천파동을 상기시키는 전략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7월 13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현재까지는 나 후보가 기 후보를 상당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야당세가 강했던 지역이라 아직 승부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박원순 시장은 지방선거 동작지역에서 57.8%의 득표율을 기록, 정몽준 후보(41.4%)보다 16.4%포인트나 앞섰다.

난립한 야권후보 단일화도 변수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현재까지는 인지도면에서 앞서는 나경원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앞서고 있는 것 같다”며 “만약 기동민 후보로 야권후보가 단일화된다면 ‘박원순 효과’가 발휘될 수 있어 나 후보와 기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임태희 연합군 - 손학규 연합군의 수원성 쟁탈전
경기 수원에서는 무려 세 곳에서 재·보선이 실시된다. 여야는 ‘수원 삼각벨트’를 점령하기 위해 패키지로 공천했다. 새누리당은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수원정:영통)을 축으로 정미경(수원을·권선), 김용남(수원병·팔달) 후보를 내세웠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수원병·팔달)를 필두로 백혜련(수원을·권선), 박광온(수원정·영통) 후보의 라인업을 형성했다.

손학규 후보는 ‘남평우·남경필’ 부자가 22년 동안 아성을 지켜온 새누리당의 안방에 출마했다. 새누리당은 검사 출신인 신예 김용남 후보를 내세웠다. 정치적 체급만 보면 헤비급 대 플라이급, 골리앗 대 다윗의 대결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손 후보가 지난 2011년 4월 분당을 재·보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듯이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함락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기대하는 건 또 하나 있다. 수원의 다른 지역까지 휩쓸 ‘손학규 바람’이다.

새누리당의 진짜 손학규 대항마는 수원정 영통에 나서는 임태희 후보다. 손 후보가 새누리당의 안방에 출사표를 던졌듯이 임 후보가 출마한 수원정은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다. 김진표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다. 수원 영통은 삼성전자가 위치하고 있고, 고학력 화이트 칼라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유권자 중 2040이 70%가 넘는다. 특히 유권자들은 김문수 지사 시절 이 지역으로 도청 이전을 약속해놓고 무기한 연기함에 따라 새누리당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임 후보에 맞서 새정치연합에서는 MBC 기자 출신인 박광온 후보를, 정의당에서는 참여정부 대변인 출신인 천호선 후보를 등판시켰다.

수원을에서는 여검사 출신인 정미경 후보(새누리당)와 백혜련 후보(새정치연합)의 여성 대결로 흥미롭다. 둘은 대학도 같아 정 후보가 백 후보의 고려대 1년 선배다.

3. ‘박의 남자’ 대 ‘노의 남자’ 호남벌 싸움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의 최측근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여기에 수성을 벼르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성수 후보의 득표력도 관심거리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박근혜의 입’으로 불렸던 자타공인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이 후보는 세월호 참사사건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직에서 물러나 곧바로 이 지역으로 내려와 표밭갈이에 돌입했다. 곡성 출신인 이정현 후보는 당선되면 중앙정부로부터 대규모 예산을 받아오겠다면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7월 13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노무현 정부때 청와대 의전·정무비서관을 지낸 서갑원 후보는 대표적인 친노인사다. 서 후보는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지난 2011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서 후보로서는 이번 선거가 정치적 명예회복의 기회인 셈이다.

판세를 보면 서갑원 후보가 이정현 후보를 앞서고 있다. 최근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서 후보 42.4%, 이 후보 30.5%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에서는 이 후보가 서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더플랜의 양대웅 대표는 “이 지역에서 정당 지지율이 워낙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변이 일어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정현 후보도 선전하고 있어 막판까지 서갑원 후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4. 산 넘어 산 야권연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야권연대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정의당은 이번 선거지역 15곳 중 5곳에 후보를 냈다.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말을 들을 경우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기 때문이다.

일단 정의당은 표면적으로는 후보를 낸 5개 지역에서 모두 완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심 새정치연합과 야권연대를 바라고 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최소한 1석은 얻어야 한다는 것이 목표다. 야권연대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동작을(노회찬 후보)과 수원정(천호선 후보)이다. 정의당은 새정치연합이 두 지역 중 한 곳을 양보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민들이 경쟁력을 인정하는 노회찬·천호선 후보를 중심으로 한 야권후보 단일화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새정치연합도 야권연대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고 있다. 서울과 수원 모두 경쟁력 있는 새정치연합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돼야 하며, 새누리당 심판을 위해 정의당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보선 사전 투표일(7월 25∼26일)이 다가오면서 양 진영에서는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물밑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사무총장은 “당도 여론의 추이를 보고 있지만 후보들 간에도 야권연대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쨌든 승리하려면 지지율이 높은 사람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 지방선거 무승부, 연장전 승자는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야는 8대 9로 사실상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서로 이겼다고 자신있게 말할 형편이 못 됐다. 이번 재·보선이 여야 간 연장전인 셈이다.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신임 김무성 대표의 데뷔전이며, 새정치연합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롱런 여부가 달려 있다. 재·보선이 실시되는 15곳 중 10곳은 새누리당이 잃었거나 반납한 지역이고, 새정치연합은 4곳, 통진당은 1곳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목표치를 낮게 잡는 등 엄살을 부리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현재 147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은 최소한 4석 이상을 확보해 과반수(151석)를 넘기는 것이 목표다. 새정치연합은 야당이 잃었던 5석+a로 정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잇단 인사 난맥상,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무산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원 등 이른바 격전지 10곳 중 7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인사 참사’보다는 재·보선 후보 공천과정에서 발생했던 새정치연합에서의 ‘공천파동’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광주 광산을 새정치연합 후보)에 대한 파상공세가 결집력이 강한 보수층을 자극시키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러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전멸하는 것 아니냐며 초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선거국면으로 들어가고, 야권연대가 성사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여야 후보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컨설팅 전문업체인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결국 이번 선거는 여야의 텃밭을 제외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어느 당이 의석을 많이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라면서 “현재의 추세로 봐서는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승부에서 비기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