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아폴로 10호의 영구미제 사건?

“오, 누가 싼 거야?”
“누가 뭘?”
“누가 냅킨 좀 줘. 공중에 똥(turd)이 떠다니고 있단 말이야.”
지난 7월 8일, 한 유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제목은 ‘흔한 NASA의 기밀문서’. 아폴로 10호 승무원들의 대화 내용이다. 스캔된 문서에 누군가 한글로 해석을 붙여놓았다. 대화는 계속된다. “내가 싼 거 아니야. 저 똥은 내 것이 아니라고.” 또 다른 승무원도 부인한다. “내 것인 것같지 않은데.” 다른 한 명은 근거를 댔다. “내 껀 보다 끈적거린다고. 저거 그냥 버려.” 승무원들의 대화는 “하느님 맙소사”(God almighty)라는 또 다른 승무원의 말로 마무리된다.

‘최초의 우주 똥 사건’으로 명명된 아폴로 10호 승무원들의 대화 녹취록. | 루리웹

이 문서에는 Confidential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러니까 앞서 제목대로 기밀문서라는 것이다. 사실일까. 인터넷에서 ‘Nasa’ ‘turd’라는 검색어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출전을 찾을 수 있다. 나사 홈페이지에 있는 ‘아폴로 10호 탑승자 음성 녹취록’이라는 제목의 문서다. 누구나 다운로드해 확인해볼 수 있다. 이 문서의 414쪽에 적혀 있는 기록, 그러니까 아폴로 10호가 발사된 지 6일째, 톰 스탠포드 선장(문서에는 CDR로 표기되어 있다)과 달착륙선 파일럿인 진 서넌, 그리고 지휘선 조종사인 존 영 사이의 대화다. “내 똥은 보다 끈적거린다”고 발언한 사람은 톰 스탠포드 선장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한국에서는 지난 1월쯤 대히트했다. 그런데 다시 앞의 영어단어 검색어로 검색해보면 지난해 4월 무렵 전 세계적으로 휩쓸고 지나간 유머다. 세 명의 우주인이 모두 부인하니 결국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한국에서는 ‘최초의 우주 똥 사건’ 등의 별칭을 얻었지만 외국의 누리꾼이나 언론이 붙인 제목은 더 화려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제목인 ‘제3종 근접조우’를 패러디한 ‘Close Encounters of the Turd Kind’가 단적이다.

대변의 주인이 누구인지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Unidentified Shitty Object, Unidentified Fecal Object라고 이름을 붙여여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둘 다 굳이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미확인 배설물체’ 라고나 해야 할까.

무중력인 우주 상태는 생각지 못한 문제를 야기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사회주의적 사고의 우수성’ 사례로 우주에서 필기구 문제가 종종 야사처럼 거론되었다. 중력이 없기 때문에 우주에서는 볼펜을 쓸 수 없는데, 나사가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무중력 상태에서 사용가능한 볼펜을 개발하는 동안, 소련은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어떻게? 바로 연필을 쓰는 방식이었다.

언더그라운드. 넷

이후에는 기압차로 빨아들이는 화장실을 만들면서 문제는 해소되었다. 참고로 ‘우주에 떠다니는 똥’이 이슈가 된 것은 2013년이지만, 사실 앞의 나사 원본문서의 앞 페이지에 찍혀 있는 도장을 보면 이미 1976년 2월 3일에 기밀 해제되었다. 개그 소재로 발견되는 데까지 37년이 걸렸을 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