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세상에 대한 발칙한 질문

시장논리의 정글이 지배하는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근 몇 년째 아성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은 단연 <북 오브 몰몬>이다. 부활한 예수가 미국에 왔었다고 믿는 별난 종교가 이야기의 기본 배경이다. 젊은 교인들은 믿음을 전파하는 2년여의 포교 활동을 펼쳐야 한다. 주인공인 케빈 프라이스는 디즈니랜드가 있는 올란도를 희망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아프리카 우간다로 파견된다. 설상가상으로 2년간 동고동락을 해야 하는 파트너 아놀드 커닝햄은 임기응변과 거짓말만 능한 찌질한 인생이다. 무대는 그로부터 좌충우돌의 코미디가 전개되며 시종일관 배꼽 잡는 희한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실 이 작품의 풍자와 희화화, 비틀기의 매력은 단지 몰몬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비현실적인 이미지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나아가 미국인들의 문화적 편향성마저도 이 작품에서는 풍자의 대상이 된다. 제작진을 보면 더욱 이해가 간다. 바로 MTV에서 도발적인 내용으로 유명했던 만화 <사우스 파크>의 공동 창작자였던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이, 역시 엽기 컬트의 내용으로 유명한 뮤지컬 <애버뉴 Q> 그리고 디즈니 애니매이션인 <겨울왕국>의 ‘렛 잇 고’(Let it Go)를 만든 작곡가인 로버트 로페즈와 합심해서 탄생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북 오브 몰몬>. | 북 오브 몰몬 홈페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상천외한 줄거리는 결국 ‘몰몬경전’ 대신 엉터리로 지어낸 주인공 커닝햄의 19금 재해석이 담긴 ‘아놀드 경전’으로 바뀌고, 촌철살인의 새 종교로 재탄생되며 막을 내린다. 아예 요즘 미국 사회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트렌드를 대놓고 풍자하기도 한다. 우간다 촌락 주민들이 부르는 노래인 ‘하사 디가 이보와이’는 뮤지컬 라이언 킹의 ‘하쿠나 마타타’를 패러디한 음악이다. 주인공들은 선교를 위해 뜻도 모르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우간다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려 하지만, 사실 이 말의 뜻은 ‘빌어먹을 신이여!’(F**k you, God!)라는 내용이다. 또, 아프리카를 돕자던 1980년대 미국 대중음악의 자선 음악회의 주제가 격이었던 ‘위 아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패러디한 ‘내가 바로 아프리카’(I am Africa)도 노래 첫 소절부터 객석의 폭소를 자아내는 기발한 웃음을 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미국 진보적 지식인들의 몰몬교에 대한 시각이자 제작진이 세상에 던지는 물음이다. 배꼽 잡는 해프닝은 결국 종교란 은유와 상징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신앙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가의 여부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촌철살인의 코미디가 정치문화적인 의미를 지니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탈바꿈되는 셈이다. 물론 제작진이 세상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진정한 외침이기도 하다.

뮤지컬 <북 오브 몰몬>. | 북 오브 몰몬 홈페이지

문화내시경

굳이 말하자면 이 뮤지컬은 신성모독에 가깝다. 제목은 몰몬교의 경전이지만 실제 무대에 나오는 몰몬교의 선교 모습은 우스꽝스런 코미디에 불과하며, 발칙하고 심지어 외설스럽다. 하지만 웃음 이면에 담겨 있는 비판적인 시각―미국인의 사회적 편견과 그릇된 우월의식, 타 문화에 대한 무지 등을 해학에 담아 풍자하고 비꼬는 재미는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해준다. 종교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고, 걸핏하면 정치 모략이나 종교탄압이라며 발끈하는 우리 사회의 단상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요즘 글로벌 뮤지컬 극장가의 재미난 흥행사례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