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무례하고 저급한 돌직구 예능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라디오스타)의 장점은 돌직구 질문이다. 시청자들은 알고 싶지만, 착한 예능프로그램은 물어보지 못하는 질문을 <라디오스타>는 척척 해냈다. 그것이 <라디오스타>의 매력이다. 그 매력의 중심에는 김구라가 있다. 에둘러 묻지 않는 직구 질문은 시청자들에게는 속시원함을 준다. 인터뷰이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화살이다. 하지만 이런 통쾌함이 불쾌감으로 바뀌고 있다.

7월 23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송창의·조정석·오종혁·장승조가 출연했다. 착한 예능이 묻지 못하는 출연자들의 열애와 결별에 대한 질문은 당연히 <라디오스타>의 몫이었다.

오종혁에게도 4년째 열애 중인 그룹 티아라 멤버 소연 이야기를 꺼냈다. 김구라가 오종혁의 여자친구를 효민이라고 착각하는 바람에 소연의 이름이 공개됐다. “나는 잃을 게 없어서 괜찮은데 그 친구가 아직 상황이 안 좋아서”라며 연애 질문을 사양했던 오종혁의 부탁은 무용지물이다. MC들은 “같이 듀엣이라도 불러라. ‘그대안의 블루’ 같은 노래를 부르면 좋을 텐데”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놀렸다.

MBC <라디오스타> | MBC 제공

송창의에게는 전 여자친구인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리사에 대한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김구라는 송창의에게 “리사는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물었고, 송창의는 “오랫동안 만났고, 좋게 헤어졌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서 그쳤으면 좋았겠지만, 리사와 동반 출연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까지 들먹이며 전 연인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송창의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수시로 나타났다. ‘초대손님’인 송창의에 대한 예의도, 결별한 연인에 대한 배려도 없다.

예능프로그램에서의 무성의한 답변은 누리꾼들에 의해 ‘태도 논란’이란 비난으로 이어진다. 난처한 질문을 받아도 싫은 티를 낼 수 없는,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초대손님에게 불편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시청자들은 불편한 모습을 계속 봐야 한다. 이쯤되면 ‘예능’이라는 세력을 등에 업은 ‘깡패’ 수준이다.

리사는 방송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잘 지내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 저한텐 웃기지 않아요”라는 글을 남겼다. 자신의 연애가 예능의 먹잇감으로 쓰인 데 대한 불편함으로 보인다.

MBC <라디오스타> | MBC 제공

<라디오스타>의 연애 질문은 예전에도 있었다. 연예인의 연애와 결별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알리고 싶은 것과 알고 싶은 것은 구분돼야 한다. 출연자들을 몰아붙여 난감하게 만들고 보는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건 시청자들이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라디오스타>가 알리고 싶은 것일 뿐이다.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의 좌충우돌 질문은 도를 넘었다. 칸영화제에 참석한 후 귀국한 김성령에게는 “프랑스 칸영화제에 직접 가보니 레드카펫의 재질이 모텔에 깔린 것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저급한 질문을 던졌다. 독일에서 활동하다 국립발레단장으로 취임해 귀국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에게는 “조건(돈)이 맞아서 온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백지영에게는 “남편 ‘빤쓰’는 잘 사주냐”는 질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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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질문은 이제 무례함과 저급함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바꿔야 할 때가 됐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