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TV]손끝, 발끝으로, 연애의 감정

셰익스피어는 “사랑은 그저 미친 짓”이라 말했고, 카렌 선드는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데이비드 비스코트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은 양쪽에서 태양을 느끼는 것”이라는 말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사랑은 마치 실타래가 얽혀 있는 것처럼 복잡한 감정이다. 달콤하기도, 쌉싸름하기도, 때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아마도 사랑을 다루는 수많은 드라마가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KBS2 새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디테일한 동작에 집중해, 사랑에 빠진 남녀의 감정을 표현한다.

KBS <연애의 발견> | KBS 제공

<연애의 발견>은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친구 하진(성준)과 열애 중인 여름(정유미) 앞에 5년 전 교제한 전 남자친구 태하(문정혁)가 나타나 구애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20대, 서툴지만 설레는 사랑을 나눴던 태하와 여름은 서로에게 질려 헤어진 지 오래. 우연히 만난 태하는 “그동안 잊은 적이 없었다”며 다시 만나자고 한다. 이 드라마는 30대인 여름과 하진의 현재 연애, 20대 시절 여름과 태하의 과거 연애를 교차해 보여준다. 요즘 드라마에서 극도의 클로즈업으로 주인공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연애의 발견>은 신체의 일부분으로 이들의 사랑을 담아낸다.

“뭐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지금 불타고 있어요”(불새), “너를 잊으라 하였으나 나는 잊지 못하였다”(해를 품은 달), “넌 왜 만날 이런 데서 자냐? 지켜주고 싶게”(상속자들) 같은 화려한 대사보다 주인공의 작은 손짓 하나가 더 전달력이 클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처음인 20대의 여름과 태하의 사랑은 모든 게 설렌다.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을 기념해 호텔에 가자는 여름의 도발적인 제안에 태하는 먹던 콜라잔에 빨대로 날숨을 내뿜어 기포를 만든다. 쑥스러운 두 사람은 테이블 밑으로 발을 뻗어 툭 건드려 본다. 해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안 나 고민하는 이들의 감정을 기포와 발이 표현한다.

KBS <연애의 발견> | KBS 제공

이 드라마에는 유독 주인공의 손이나 발이 많이 나온다. 모자 같은 걸로 변장한 두 사람은 호텔 앞에서 들어가지 못해 서성이다가 드디어 용기를 낸다. 그러나 마침 나오는 사람들과 마주치자 아닌 척 성급히 발길을 돌린다. 이때 카메라는 당황하는 이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대신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발에 집중한다.

쑥스러워 꼼지락거리는 손, 고민에 빠졌을 때 저절로 찌푸려지는 미간, 당황할 때 입술에 침 바르는 행동으로 주인공들의 심리를 보여준다. 표정도 중요한 디테일이겠으나 발이나 손이 이 드라마가 집중하는 부위다.

키스할 때는 또 어떤가. 처음엔 당황해서 어정쩡하게 허공을 떠돌던 여름의 손은 감정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앞으로 모아진다. 두 사람의 잡은 손, 쓰다듬는 손이 많은 걸 전달한다. 때로는 직접적인 것보다 생략된 표현이 더 많은 걸 말한다.

함께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난 여름과 태하는 손을 포개 잡고, 연이어 자연스레 깍지를 낀다. 여름의 등을 감싸는 태하의 손은 다정하고 따뜻한 사랑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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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와 연애는 ‘낭중지추’처럼 감추기가 힘들다. 극중 대사처럼 속마음은 온몸으로 드러난다. <연애의 발견>은 이 같은 진리를 발견하고 손끝으로, 발끝으로 사랑의 감정을 보여준다.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비즈부 기자>